12일 오전 10시 21분 일본 후쿠시마(福島)원전. 취재진을 태운 버스가 1~4호기 원자로 바로 옆 도로에 들어서자 1년7개월 전 사고 당시의 잔해들이 보였다. 쓰나미에 휩쓸려온 승용차, 트럭, 유류 보관 탱크 등이 구겨진 채 원자로 건물 한쪽에 처박혀 있었다. 뼈대만 남은 트럭은 시뻘건 녹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3호기 원자로 건물은 사고 당시 폭발로 인해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상태였다.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취재진이 탄 버스가 원자로 건물 5m 앞까지 접근하자 방사능 측정기 수치가 시간당 1000마이크로시버트까지 치솟았다. 도쿄의 최대 2만배이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기자도 있었다. 1호기와 2호기 원자로 건물 사이에는 ‘접근을 금한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작년 측정에서 치사량에 육박하는 10시버트가 검출된 후 작업원의 접근이 금지된 곳이다.

원전에선 여전히 방사성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어 원자로 내부는 고사하고 외부 접근도 상당 부분 제한된 상태이다. 다카하시 다카시(高橋毅) 원전 소장은 “사고 수습 작업이 늦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작업원들의 안전을 우선한 결과”라고 말했다.

폐연료봉도 아직 제거 못 해

버스는 4호기 원자로 건물 앞에 정차했다. 비교적 오염 농도가 옅은 곳을 골랐다고 하지만 방사선량은 200마이크로시버트였다. 사고 당시 폭발로 지붕이 날아간 4호기는 원자로 벽이 무너지고 철근이 드러나는 등 크게 파손돼 있었지만 옥상 수조에는 아직도 폐연료봉 1500여개가 보관 중이다. 대형 크레인 4대가 동원돼 건물을 보강하고 폐연료봉을 옮기기 위한 가설 작업대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년 말이나 돼야 폐연료봉 이전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작업원과 마찬가지로 취재진도 공기정화마스크, 방진복, 이중의 비닐 덧신과 삼중의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피폭을 막는 것은 아니다.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먼지의 흡입과 부착을 막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현재 3000명의 작업원이 복구 작업에 투입된 상태이다.

12일 방사능 누출 사고 19개월 만에 찾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과 그 일대는 ‘유령마을’처럼 변해 있었다. 사진 왼편 3호기 원자로 건물은 당시 폭발로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고, 오른편 크레인 너머 4호기는 지붕이 날아간 채 원자로 벽이 무너지고 철근이 드러나 있었다. 원전에선 여전히 방사성물질이 새어 나와 원전 외부에만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원전 주변은 유령 마을 방불

원자로 건물 뒷산 등에는 오염수 탱크 1000여개가 줄지어 있었고 곳곳에서 오염수 저장 탱크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재 20만t의 오염수가 저장돼 있는데, 탱크 용량을 늘리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원자로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각수를 주입해야 하는데 원자로 파손으로 오염된 냉각수가 하루 450t씩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이날 취재진에 ‘다핵종(多核種) 제거 장치’라는 정화 시설을 공개했다.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이 장치는 현재 마무리 공사 단계로 조만간 가동에 들어간다.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원전 10㎞ 이내 마을은 대지진 때 무너진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민들로 붐볐을 식당, 주유소, 편의점이 텅 비어 ‘유령 마을’을 방불케 했다. 2년째 농사를 짓지 못한 논과 밭은 온통 잡초투성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