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이라크·시리아 등 주변국과 잇달아 충돌하면서, 시리아 내전에서 시작된 인접국 간 갈등이 중동 분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터키는 지난 8일(현지 시각) 이라크 북부 산악 지역에 있는 쿠르드 반군(PKK) 근거지를 전투기 12대로 공습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라크는 터키가 자국 영공을 무단 침범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터키는 그동안 이라크 정부의 묵인 아래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쿠르드 반군을 대상으로 군사작전을 진행해 왔다. 터키와 이라크는 모두 쿠르드 반군을 중심으로 한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에 반대 입장이다. 특히 터키는 쿠르드 반군을 테러 조직으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 9일 터키 남동부 디야르바키르의 한 학교에서 쿠르드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가 발생해 학생 1명과 교사 2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라크의 하세미 부통령 망명을 두고 최근 두 나라 관계가 악화했다. 암살단 조직 등의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하세미 부통령은 현재 터키에 망명 중이며, 터키는 그의 송환을 거부했다. 이에 이라크는 지난 2일 터키에 자국 영토에서 철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쿠르드 반군을 통해 터키를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터키는 이번 공습으로 이라크의 요구를 정면으로 무시했다. 이라크 정부는 터키의 공습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필요한 외교적 조처를 하겠다고 밝혀 양국 간 긴장이 증폭되고 있다.

터키와 시리아의 무력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터키군은 8일 남부 하타이 주 지역에 시리아의 박격포탄이 떨어지자 즉시 보복 공격을 가했다. 양국 간 포격전은 지난 3일 시리아의 포탄 공격으로 터키 민간인 5명이 사망한 이후 엿새째 이어졌다. 아직은 제한된 포격전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은 8일 "시리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며 "터키는 필요한 방어를 위해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군은 시리아와의 접경 지역에 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가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중인 나토가 또다시 중동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터키가 시리아에 대한 나토 차원의 공동 대응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신중한 입장이다. 나토도 터키와 시리아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확전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세계민주주의포럼에 참석해 터키와 시리아 간 포격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