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노키아 극장에서 열린 선거기금 마련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번 미 대선이 사상 최대 규모의 '돈 선거'로 치닫고 있다.

'선거 자금 모금의 황제'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 자금 10억달러(약 1조111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한 달 동안 선거 캠프와 민주당전국위원회(DNC)를 통해 1억8100만달러(약 2012억원)를 모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7일 보도했다. 이는 이번 대선 기간 민주·공화 양당 후보를 통틀어 한 달 기준으로 가장 많은 모금액이다.

오바마는 9월 모금액을 합해 지금까지 총 9억4700만달러(약 1조520억원)를 모아 이달 중 10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모금액이 10억달러를 넘을 경우 오바마는 역대 미 대선 후보 중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모은 후보가 된다.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아직 9월 모금액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8월 기준으로 롬니는 총 6억3000만달러(약 7000억원)를 모금해 7억4200만달러(약 8250억원)를 모금한 오바마에게 뒤졌었다. 월가의 지지를 받는 롬니는 지난 5~7월 3개월간 월별 모금액 기준으로 오바마보다 더 많은 선거 자금을 모았지만, 지난 8월 1억1100만달러(약 1230억원)를 모아 1억1400만달러(약 1260억원)를 모은 오바마에게 역전당했다.

미 대선의 승패가 사실상 돈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워낙 땅이 넓은 미국에선 후보가 제한된 시간에 모든 지역을 돌며 유세할 수 없기 때문에 TV광고가 본인 홍보와 상대 후보 공격에 없어선 안 되는 수단이다. 문제는 TV광고를 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데 있다. 게다가 50개 주에서 각 지역의 관심사, 성향, 인종 구성 등에 맞춰 각각 다른 광고를 제작하기 때문에 돈 수요는 급증한다. 이번 같은 접전 선거에서는 각 캠프가 선거 자금 모금에 죽기 살기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거 감시 조직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은 캠프 모금액 7억5000만달러 가운데 57%를 미디어 부문에 사용했는데 이 중 88%가 방송 광고 관련 지출이었다. 또한 정치행동위원회(PAC·미국 유권자가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 또는 비판하기 위해 만든 정당 외 조직)가 2010년 1월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한정 선거 자금을 모금할 수 있게 된 것도 '돈의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미 대선은 해가 갈수록 '판돈'이 커지고 있다. 2004년 대선 때 재선에 뛰어든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선거 자금은 3억6722만달러(약 4083억원)였다. 그러나 4년 뒤 대선에서는 1위 모금자였던 오바마가 캠프를 통해 2004년 부시 모금액의 두 배가 넘는 7억5000만달러(8340억원)를 모금했다.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의 모금액을 합친 대선 전체 모금액 규모도 2004년 8억8050만달러(약 9791억원)에서 2008년 17억4880만달러(약 1조9440억원)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