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가 저렇게 안 꾸며도 돼?"

요즘 TV를 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헝클어진 머리에 화장기 없이 땀범벅인 얼굴을 브라운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하는 여배우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여배우들은 잠자는 장면에서도 짙은 아이라인을 그릴 정도로 화장에 집착한다"는 연예계의 통설(通說)이 깨지고 있는 것.

MBC '아랑사또전'에서 처녀 귀신을 연기하는 신민아는 화장기 없이 수척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모델 출신으로 평소 하얀 피부, 분홍색 입술 등을 강조하는 화장을 했던 그는 이 드라마에선 눈 화장조차 거의 하지 않은 민낯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였다. 신민아는 지난 8월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이런 모습이 방송에 나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지저분한, 거지에 가까운 분장을 하고 나온다"고 했었다.

화장을 벗어던진 여배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아랑사또전’의 신민아,‘ 정글의 법칙’의 전혜빈,‘ 착한남자’의 문채원,‘ 정글의 법칙W’의 한고은.

KBS '착한남자'의 문채원도 옅은 핑크색 립스틱만 바르는 등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나온다. 드라마 속에서 "이제 화장하는 법 좀 배워야겠다"는 대사까지 나온다. 종영한 MBC '골든타임'의 황정음·송선미도 응급실 인턴 의사와 간호사 역할을 각각 맡아 창백해 보일 정도의 민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SBS 예능 '정글의 법칙'에선 더 '과감한' 여배우들이 등장했다. 박시은과 전혜빈은 오지 생존술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에 나와 화장기 없고, 얼굴에 기름기가 낀 모습을 보였다. 평소 짙은 화장으로 섹시한 매력을 뽐내던 배우 한고은은 추석특집 '정글의 법칙W'에 출연해 데뷔 14년 만에 맨얼굴을 보였다.

패션·뷰티 전문가인 이경선 위드컬처 대표는 "여배우들의 화장 지운 민낯을 보면 시청자들은 '이 사람도 나랑 비슷한 인간이구나'라며 친근함을 느낀다"며 "기존의 섹시한 이미지가 소비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여배우들이 화장기 없는 모습을 공개하며 가식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여배우들이 건강 관리와 항(抗)노화 관리를 하는 개인 뷰티 아티스트를 많이 고용한다"며 "자연스러우면서 건강한 민낯을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더 피부 관리에 힘을 쏟는 역설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신혜령 제니하우스 부원장은 "여배우들은 방송 출연이 확정되면 어떤 피부 상태를 만들지, 어떻게 투명한 메이크업을 할지 많이 상의해 온다"며 "요즘은 진한 화장보다는 피부 상태를 좋게 보이게 하는 메이크업을 훨씬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