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안대희<사진> 정치쇄신위원장은 5일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영입한 데 대해 "권력형 부패 사건에 연루됐던 비리 인사를 무분별하게 영입하는 것에 대해 정치쇄신특위위원장으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박근혜 후보가 공을 들여 영입한 안 위원장이 박 후보의 인사(人事)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안대희 "무분별한 비리 인사 영입"

안 위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하며 한 전 대표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도 아니고 대통령 비서실장 재임 시절에 권력형 비리에 연루됐던 분"이라며 "내가 그 사건을 수사했기 때문이 아니라 박 후보가 추구해 온 정치 쇄신, 비리 척결과 모순되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 시절인 2003년 9월 나라종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한 전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으며 지난 2008년 특별사면됐다. 한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그때 (나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A씨가) 허위 증언을 했다는 것이 드러나서 재심 청구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TV조선의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해 "안 위원장이 오히려 (수사를 잘못했으니) 나한테 사과를 해야 할 입장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한 전 대표가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영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즉시 박 후보와 황우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한 전 대표는 쇄신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한 전 대표의 입당 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오른쪽)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갖기 전 황우여 대표와 함께 웃고 있다.

안 위원장은 "국민대통합위원장은 (정치쇄신위원장,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함께) 박 후보 캠프의 3대 상징 인사 중 한 명"이라며 "다른 자리라면 모를까 그런 직책에 한 전 대표를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朴이 직접 논란 차단 노력

새누리당은 이렇듯 반발하는 안 위원장 설득에 나섰다. 서병수 사무총장 등이 안 위원장을 찾아가 "한 전 대표는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했다. 박근혜 후보는 '안대희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분(한 전 대표)은 정치를 하러 이번에 들어오신 게 전혀 아니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인 통합과 화합, 그 일을 하러 오신 것이지 정치를 하거나 다른 걸 하러 오신 게 아니다"라고 했다. 박 후보는 "(한 전 대표는) 정말 마지막으로 시대적인 요구를 이루기 위해 기여하고 헌신해 보시겠다는 큰 결단을 했다"며 "앞으로 다른 몇 분을 또 영입하고, 그분(한 전 대표)이 다른 분들과 함께 화합을 이끌어 가시게 될 것이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며 일단 반발 강도를 낮췄으나, 박 후보가 한 전 대표에게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장을 줄 경우 사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로서는 안 위원장 설득에 실패할 경우 안 위원장과 한 전 대표 중 한 사람을 택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