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이제 군(軍)의 무기 불량 사건을 접하면 부아부터 치밀어 오른다. 군의 발표만 들어선 진실이 뭔지, 원인이 뭔지, 대책이 뭔지, 개선책을 시도한 결과가 뭔지를 도대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군의 최신형 무기인 K-9 자주포가 훈련 도중 시동이 꺼지거나 엔진에서 화재가 나는가 하면 장전 과정의 문제로 급속(急速) 사격이 되지 않는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왔다.

K-9 자주포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6문 가운데 1문은 불발탄이 껴 사격 불능 상태였고, 2문은 사격통제장치의 전자회로에 이상이 생겨 꿈쩍도 안 했다던 바로 그 무기다. 북한군이 단숨에 170발의 포탄을 쏘아댔던 그 위급한 상황에서 K-9 자주포 부대는 800발의 포탄을 쌓아놓고도 80발밖에 응사하지 못했다. K-9 자주포가 북한 장사정포 발목을 묶어주지 못하면 우리는 속절없이 북한군의 포탄 세례를 맞고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K-9 자주포의 국산화율은 부품 기준으로 76.6%라고 한다. 그러나 이 숫자 자체가 허수(虛數)나 다름없다. 무기의 심장과 두뇌라 할 수 있는 엔진과 항법장치(GPS)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K-9은 걸핏하면 심장이 멎고 두뇌 회전이 정지되는 중병(重病) 상태다. 독일의 엔진 제작사는 이번에 고장 난 기존 엔진제어장치(CDS)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에 새로 설계한 CDS를 생산·공급하겠다고 알려왔으나, 확인 결과 현재 K-9에 새 CDS를 바꿔 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항법장치도 지난해 7월과 9월 2대가 고장 났지만 미국 원제작사만 분해·확인할 수 있도록 계약돼 있어 아직 결함의 원인조차 모른다.

10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국산 대(對)잠수함 미사일 홍상어는 개발 과정에선 시험평가 때 4발 중 3발이 명중해 배치했으나 실전 배치 후 첫 시험발사에서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고 유실되자 10발을 다시 쏴보고 실전 배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K21 장갑차는 수상 훈련 도중 가라앉아 교관이 익사했고, 대당 78억원짜리 K-2 흑표전차는 시험평가 도중 멈춰 섰으며, K-11 복합소총은 보급 중에 조준경 결함이 발견돼 생산을 중단했다. 국민이 이런 부아 터지는 소식을 언제까지 더 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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