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이끌어가는 논제는 역시 경제였다. 3일(현지시각)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TV토론회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90분 동안 서로의 경제 정책에 대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일자리 창출 대책부터 세금 정책, 재정 적자 감축 계획 등 다양한 경제 관련 논제에서 두 후보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큰 정부’와 롬니 후보의 공화당이 주장하는 ‘작은 정부’의 대결”이라고 평했다.
◆ 롬니 “오바마 대통령 시각 4년 전과 똑같다” 비판
이날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는 4년 동안 “미국을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끌고 갔다”며 날을 세워 비판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2300만의 일자리가 줄었고, 중소기업 창업 건수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고 공격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증세와 규제를 통한 ‘트리클 다운(trickㅣe-down·정부 주도로 대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정책) 정부’를 선호한다”면서 “이는 미국에 대한 올바른 해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 캠프가 공화당의 정책을 비판할 때 ‘트리클 다운’이란 용어를 사용해온 것을 빗댄 발언이다. 오바마 정부의 증세안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미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롬니 후보는 이날 소규모 자영업자 지원에 대해 강조하면서 “2020년까지 에너지 생산량을 늘려 자립하도록 하고, 취업 기술 교육에 주력하는 한편 중소기업 육성과 무역협정 등을 통해 1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또 “정부의 덩치를 줄여 작은 정부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 오바마 "롬니 감세 정책, 산수 수준으로도 말 안돼"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는 부유층만을 위한 '톱다운(top-down) 경제'를 낳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며 공격에 나섰다. 그는 "롬니 후보가 주장하는 감세안에 따르면 5조달러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면서 "여기에 국방비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데 재정 적자를 줄이기 어렵다는 것은 산수 수준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롬니 후보가 여러 정책을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롬니 후보는 어떻게 중산층에 피해를 주지 않고도 이를 달성할 수 있는지와, 의료개혁법이나 월스트리트 규제 방안을 공개하는 것도 회피하고 있다”면서 “롬니 후보가 모든 정책을 비밀에 부치는 것 이유에 대해 미국 유권자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롬니 후보의 정책으로는 균형 재정이 불가능하다”면서 “미국 국민의 교육과 학교에 대한 투자, 고령층을 위한 의료혜택을 제공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펼치는 정책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정책을 바꾸면 현재의 점진적인 경제 회복세도 사그라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중산층이 잘 돼야 미국이 잘 된다”고 강조하면서 “교육제도 개선과 일자리 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공언했다.
◆ 첫 토론 롬니 우세… “교수들 토론 같았다” 지적도
90분 동안 벌어진 첫 토론에서는 롬니 후보가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롬니 후보가 토론을 지배했다(Romney dominates presidential debate)”는 제목의 기사에서 “롬니 후보가 오바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힘 있고 공격적으로 도전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롬니 후보가 특정한 정책에 대해 발언할 때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롬니 후보의 목표가 자신의 계획이 대통령의 계획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토론이 끝난 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롬니가 판정승을 거뒀다. CNN과 ORC인터내셔널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날 두 후보의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의 67%는 롬니가 토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앞섰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더 나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25%에 그쳤다.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한 토론에서 롬니 후보가 좋은 평가를 거뒀다. 응답자의 55%는 롬니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43%)보다 경제를 잘 이끌어 나갈 것 같다고 답했다. 세금 문제와 건강보험 문제에 대해서도 롬니 후보는 각각 53%, 57%의 지지를 얻어 44%, 41%의 지지를 얻은 오바마 대통령을 앞섰다.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 자체는 여전히 오바마 대통령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TV토론 전과 같은 49%를 기록해 롬니 후보의 46%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전날 TV토론회를 앞두고 진행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뉴스의 공동 설문 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49%로, 46%의 지지를 얻은 롬니 후보를 3% 포인트 앞섰다.
다만 이날 토론에 대해 “유권자와의 소통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NYT는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자가 모두 자신의 정책이 중산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유권자와 아이디어를 나누기보다는 서로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그쳤다”면서 “마치 비즈니스 컨설턴트와 대학교수의 만남 같았다”고 평했다. 두 후보는 오는 16일과 22일 두 차례 더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