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메데이로스나 뉴 키즈 온 더 블록 같은 외국 가수의 노래가 한국에서 열풍을 불러있으켰던 시절이 있다. 영어를 모르는 아이들마저 엉터리 가사를 흥얼거리고, 내한 공연 때는 팬들이 너무 몰려 사고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일은 일부 열성팬들만의 '성스러운 임무'가 됐다.

스웨덴 출신 말릭 벤젤룰 감독의 영화 '서칭 포 슈가맨'도 이역만리 스타를 그리는 열성팬의 임무 수행기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가 맹위를 떨치던 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로드리게즈'라는 미국 가수의 음반이 들어온다. 기타를 치며 철학적인 가사를 읊조리는 노래는 금세 남아공 청년들을 사로잡고, 음반은 공식 수입 이후 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다. 하지만 이후 "무대에서 분신(焚身)했다"는 등 괴소문만 무성할 뿐 로드리게즈는 음악계에서 자취를 감춘다. 20여년 뒤 남아공에서 레코드 가게를 하는 스티븐과 음악평론가 크렉이 로드리게즈를 찾아나서며 뜻밖의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서칭 포 슈가맨'은 음악 다큐멘터리다. 하지만 스티븐과 크렉이 밝혀내는 미스터리한 정보들 덕에 마치 추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난다. "남아공에서 스타가 됐지만, 미국에선 음반을 6장밖에 팔지 못했다" 는 등 증언들이 쏟아질 때 관객들은 머릿속에서 각자의 로드리게즈를 만들게 된다.

영화는 '자유를 향한 기폭제' 같은 수식어를 붙여 음악의 힘을 과시하려 하지 않는다. "남아공 백인들은 왜 백인이 아닌 멕시코계 로드리게즈의 음악에 열광했는가" 등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지도 않는다. 대신 대중의 관심 속에서도 의연한 그의 삶을 보여주며 '음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 '레게의 전설' 밥 말리를 그린 영화(밥 말리)가 어퍼컷처럼 강력한 한 방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쉴 새 없이 잽을 몰아치며 재미를 주는 영화인 셈이다.

음악영화답게 로드리게즈의 재즈풍 음악은 중간 중간 등장해 화면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밴 모리슨이나 마빈 게이를 좋아하는 음악팬들이라면 더욱 반가울 것. 올해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11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살아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27년 만에 무대에 선 로드리게즈의 첫인사.)

#장면  로드리게즈 지인들의 인터뷰 장면 (그 내용을 따라갈 때 관객은 탐정이 된다.)

#해외평  "손톱을 물어뜯을 만큼 미스터리하고, 회오리바람을 탄 듯 흥미진진하다"(미국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