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워싱턴이 들썩이는 건 대선 때문만은 아니다. 야구 때문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지 윌이 최근 사석에서 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올해 워싱턴DC 연고의 메이저리그팀 워싱턴 내셔널스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워싱턴 어디에서나 야구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정치의 도시'가 '야구의 도시'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워싱턴이 이처럼 내셔널스의 선전에 열광하고 있는 것은 워낙 오랜 기간 '약체의 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1901년 창단해 1960년까지 존재했던 워싱턴 세네터스는 메이저리그 최약체였고, 2005년 새롭게 둥지를 튼 내셔널스도 늘 전체 꼴찌를 다퉜다. 그러던 내셔널스가 올해는 시즌 초부터 승승장구하더니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다. 워싱턴의 야구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1933년 이후 처음이다.
'야구 열풍'은 워싱턴 정·관계에도 예외는 아니다. 조 바이든 부통령,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 힐도 솔리스 노동부 장관, 존 로버츠 대법원장,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 주요 인사 수십명이 내셔널스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하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팬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한 유세에서 "화이트삭스와 내셔널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붙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셔널스의 외야수 제이슨 워스는 "세계를 움직이는 거물들을 직접 보는 것은 매우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가 꼴찌를 다투던 작년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워싱턴에서 25년 이상 의정 생활을 한 양당 상원 원내대표 해리 리드(민주), 미치 매코넬(공화) 의원이 의회 내 대표적인 내셔널스 팬이다. 이들의 보좌진은 아침마다 주요 언론 기사와 전날 내셔널스 경기 결과를 함께 보고한다. WP는 "항상 싸우기만 하는 이들에게 요즘 같은 고민거리가 생겼다. '(어깨 보호를 위해 일찍 시즌을 마감한)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없이 내셔널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을까'가 그것이다"고 했다.
오는 22일 예정된 대선 3차 TV 토론과 내셔널스의 포스트시즌 경기가 겹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어느 것을 봐야 하느냐'도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TV 토론 직후 해설 프로그램 출연이 예정돼 있는 WP의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돈벌이만 아니면 당연히 야구를 보겠지만 어쩔 수 없이 TV 두 대를 놓고 둘 다 봐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