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에 눈에 띄는 사연이 들어왔다. 발신자는 인천에 사는 신부 김경미(28)씨였다.
"시아버지께서는 자수성가해서 알짜 중소기업을 일군 분입니다. 작년 이맘때 장남과 저를 결혼시키셨는데, 마음속으론 '작은 결혼식'을 원했지만 개혼인 데다 주변의 흐름에 휩쓸리다 보니 호텔에서 큰 결혼식을 치르게 됐습니다. 그 뒤 시아버지께서 '작은아들은 반드시 작은 결혼식 시키겠다'고 하십니다. 잘못된 문화를 바꾸어 가려는 시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김씨의 시아버지인 박순용(59·사진) 인천폐차사업소 회장은 "며느리가 그런 사연을 보냈을 줄 몰랐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는 전북 정읍에서 8남매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서울 영등포 메리야스 공장에서 일하다가 특전사에 갔고, 중사로 전역한 뒤 폐염전을 사들여 지금의 회사를 키웠다. 개인돈 1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박 회장의 장남(29)은 캐나다 조지브라운대학을 거쳐 중앙대 대학원을 마치고 아버지 사업을 거들고 있다. 차남(26)은 캐나다 토론토대학에 재학 중이다. 박 회장은 "고생을 해야 사람이 알차게 여물기 때문에 가끔 마음속으로 '대학에서 코스 밟듯, 고생도 코스가 있으면 바로 내 자식부터 등록시키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했다.
인천 모 호텔에서 진행된 박 회장 장남의 결혼식에는 하객 1200명이 몰렸다. 800명 들어가는 홀이 꽉 차서 200석짜리 옆 홀과 뷔페 식당까지 다 텄다. 주위에서 "성대한 결혼식이라 부럽다"고 했다. 박 회장 생각은 달랐다. "결혼하는 당사자를 위한 예식이 아니라, 결혼업체를 위한 결혼식을 한 것 같았어요. 없는 사람들 눈으로 보면 이게 다 엄청난 허례허식으로 보이겠구나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축하해주러 왔다가 이 홀, 저 홀로 옮겨 다니신 하객들께도 죄송하고요. 당사자인 며느리도 '축하받는다기보다 시장통 같았다'고 해요. 다시 하면 그렇게는 안 할 것 같아요. 둘째아들부터는 꼭 '작은 결혼식'을 실천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