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송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01년 백악관에서 열렸던 김대중-조지 W 부시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은 내게 ‘재앙’이었다. (대북정책 이견으로)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자 김 대통령은 크게 화를 냈고 나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때 직업 외교관으로서 내 생명은 끝날 뻔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저널리스트 톰 플레이트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 교수가 쓴 대담집 ‘반기문과의 대화: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유엔’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다. 그는 한승수 당시 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을 맡으면서 의장 비서실장으로 자신을 데려간 덕에 살아났고, 결국 노무현 정부 때 장관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담집은 곧 출간된다.

반 총장은 대담집에서 국제기구 수장으로서의 바쁜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일기를 써왔으며 유엔 사무총장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만 요즘은 너무 바빠서 녹음기를 사용해 구술(口述) 일기를 쓴다고 소개했다.

반 총장은 하루 회의 5건을 주재하고, 10차례 연설을 한 적도 있으며, 홍수·지진 등 재난 현장을 급히 방문하기 위해 여객기 이코노미 좌석을 타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반 총장은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시차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라도 연락할 수 있게 전화를 24시간 열어둔다고 했다.

반 총장 대담집은 플레이트 교수가 2010년부터 ‘아시아의 거인’이라는 큰 제목 아래 내고 있는 연작 대담집 제4탄이다. 1탄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2탄은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3탄은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각각 주인공이었다. 대담집 출판 기념회는 11월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