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5명의 후보 중 가장 강경한 극우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총재로 선출된 것은 자민당의 극우화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이다. 아베가 집권한 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집단 자위권 도입, 과거사 반성 담화 폐기 등 자신의 공약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이미 경색된 한·일, 중·일 관계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고 나아가 동북아가 군비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변 자극하는 망언 남발

아베가 출마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총리를 지낸 후 다시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전례가 없어 그가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아베가 총리였던 시절(2006년 9월~2007년 9월)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했고, 아베가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사임했다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그런데도 아베가 국민적 인기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을 결선 투표에서 누르고 승리한 것은 최근 독도·센카쿠 문제 등으로 주변국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자민당 의원들이 더욱 우경화한 탓이다.

아베는 장기 침체 등 일본 사회가 직면한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총리 재임 시절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못한 것이 통한으로 남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이) 극히 무례하다"고 말하는 등 주변국을 자극하는 망언을 남발했다.

◇역사 왜곡 제도화의 주역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는 전범으로 구속됐다 석방된 후 총리까지 지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이며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는 외상을 지냈다. 그는 외무대신인 아버지 밑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한 후 1993년 중의원이 됐다. 2002년 9월 부관방장관으로 고이즈미 당시 총리를 수행, 북한을 방문해 일본인 납치문제를 인정하도록 만든 주역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에 '북한 덕분에 총리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는 지난번 총리 시절 애국심 교육 강화라는 명목으로 교육기본법을 개정해 역사 교과서 왜곡을 제도화했다. 그의 아내 아키에(昭惠)는 한류스타 고(故) 박용하의 열성팬이다.

◇아베 집권하면 동북아 격랑 속으로

아베가 총리가 되어 자신의 공약을 실제로 추진할 경우, 한·중·일 관계는 최악이 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경색 국면에 접어든 한일 관계가 양국에 새 정부가 출범해도 개선될 여지가 없어진다. 하지만 아베는 총리 재임 시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며 일본군위안부의 강제 연행을 부정했다가 미국의 비판이 쏟아지자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센터장은 "아베가 총리가 되면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공약 중 상당 부분을 철회하는 등 현실적 노선을 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문제로 일본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은 아베를 길들이기 위해 강경 정책으로 일본을 더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