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시대, 평생교육 시대를 맞아 자신의 업무 역량과 전문성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MBA 과정의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다. 그 과정에서 해외 MBA 못지않은 커리큘럼과 교수진으로 무장한 '한국형 MBA'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MBA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의식과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운 졸업생 2인을 만났다.

_카이스트 MBA 출신 고석태

기업 사례 중심 교육으로 역량 키워줘

고석태씨는“MBA에 진학할 땐 '졸업 후 목표'가 분명해야 후회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고석태(33·서울대 종교학과 졸·현 AT커니 근무)씨는 MBA를 통해 새로운 도약에 성공한 사례다. 그가 MBA 진학을 결심한 건 2년 전, 인터넷방송사 '아프리카'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을 때였다. "인터넷방송사에서 근무하며 IT·뉴미디어 분야의 가능성을 발견한 후 깊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 분야에 좀 더 전문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심하던 중 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원(이하 '카이스트 MBA') 정보미디어 MBA 과정을 발견했죠. 경영학과 IT·뉴미디어 분야를 모두 공부하고 싶다는 제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곳이어서 망설임 없이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고씨는 카이스트 MBA의 가장 큰 장점으로 우수한 커리큘럼을 꼽았다. 무엇보다 국내 최고 수준의 교수진에게서 '기업 사례' 중심으로 배우는 교육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MBA 과정 수업도 희망하면 들을 수 있는 구조여서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도 '딱'이었다. 실제로 그는 당시 금융 MBA 수업까지 수강한 덕분에 현재 회사에서 금융 컨설팅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는 산학 협력 수업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요. 제가 2학기에 들은 '경영 전문 실습' 강의가 대표적 사례죠. 이 수업 수강생은 4인 1조를 이뤄 기업에 직접 방문, 해당 기업의 문제점을 연구합니다. 제가 속한 조에선 신한은행의 모바일 사업 전략에 대해 연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신한은행에 취업한 조원이 있을 정도로 산학 협력이 잘 이뤄지는 편이에요."

카이스트 MBA는 재학생의 재취업을 돕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력지원센터 차원에서 이력서 관리 등 1대 1 커리어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물론, 취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잡페어(job fair) 행사도 개최한다. 고씨의 경우, 졸업생 선배가 재학생 후배를 돕는 '멘토링 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봤다. 그는 "컨설팅 경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인턴십 기회까지 마련해준 선배 멘토의 도움 덕에 무사히 경력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MBA에 진학하려면 '졸업 후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지금 직장이 불만족스럽다거나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선택해선 안된다는 뜻입니다.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MBA 과정 이수가 하게 될 역할을 면밀히 고려한 후 진학 여부를 결정해야 훗날 후회하지 않습니다."

_세종대 MBA 출신 조동민

프랜차이즈, 한류로 성장시킬 동력 얻어

'프랜차이즈 전도사'를 자처하는 조동민 회장은“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요즘같은 때야말로 프랜차이즈에 특화된 MBA 과정이 각광 받을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동민(51) 대대에프씨 회장은 프랜차이즈 경력 25년차의 ‘업계 큰 어른’이다. 혈혈단신으로 전국을 누비며 닭고기 맛 내는 비법을 전파하던 스물여섯 청년은 어느덧 보스바비큐 등 4개 브랜드를 가진 프랜차이즈 기업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그가 올린 매출은 431억 원. 동료 기업인의 두터운 신망까지 얻은 그는 지난달 만장일치 표결 끝에 한국프랜차이즈협회장으로도 선출됐다.

그가 MBA 진학을 결심한 건 지난 2006년. 프랜차이즈 한우물을 파면서 열악한 업계 현실 문제를 절실히 느낀 게 계기가 됐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우,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지 못해 이직이 잦은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전문가 육성이 어려워졌죠.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안정적 로열티를 보장하는 기반이 안 돼 있고요. 가맹점에 횡포를 부리는 일부 사업가, 기형적으로 외식업계에만 몰려 있는 업계 구조도 큰 문제였습니다.”

혼자 힘으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학계와 손잡고 프랜차이즈 MBA 설립에 발 벗고 나섰다. 때마침 변화하는 시장 경제 구조에 따라 프랜차이즈 업계에 관심을 기울여 온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이 그 의견을 수렴, 국내 유일의 '프랜차이즈 MBA' 과정이 탄생했다. 조 회장은 자신부터 솔선수범해 '초대 졸업생'이 됐다.

올해로 7기 졸업생을 배출하는 세종대 프랜차이즈 MBA 과정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리테일링(retailing)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우종필 교수 등이 프랜차이즈 산업에 특화된 마케팅 기법을 가르친다. 단순히 경영학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프랜차이즈 산업 종사자가 특히 어려워하는 유통 구조 전반을 가르쳐줘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게 특징.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꼭 알아야 할 사업성 검토, 인적 자원 관리 등은 아예 별도 교과목으로 개설했다. 졸업생에겐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인증하는 컨설턴트 자격증도 부여한다.

사업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전 과정을 마치는 데 3년 6개월이 걸렸다는 그는 MBA 이수 중 최대 수확으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꼽았다. “프랜차이즈 기업 CEO 중엔 자수성가한 사람이 많아요. 혼자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인적 자원’이 없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각자의 사업 수완을 나눈 시간은 지금도 큰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케팅·교육·인테리어 등 다방면의 산업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현장 경험 공유’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까요.”

조 회장은 “한류와 케이팝(K-pop)이 포석을 깔았으니 이제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차례”라며 “젊고 유능한 인재가 프랜차이즈 MBA 과정에 많이 진학해 업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