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오늘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 비결은
2012년 프로야구가 유례없는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프로야구는 24일까지 누적 관중 678만5026명을 동원했다. 이르면 25일 지난해 세웠던 역대 최다 관중(681만28명)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추석 연휴 기간인 이번 주말에는 사상 첫 700만 관중 돌파가 가능하리라고 KBO는 예상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는 고사 위기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등 해외 야구에 관심을 빼앗겨 5년 연속(2000∼2004년) 200만명대 관중에 그쳤다. 하지만 불과 몇년 사이에 구름 같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의 평균 관중 수는 1만3764명으로 프로축구(7405명·253경기 187만3576명)의 두 배에 가깝다. 프로야구가 도대체 어떻게 단기간에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다시 자리를 잡았을까.
女心 잡았다… 퀸스데이 등 마케팅으로 여성 관중 40% 차지
과거 야구장은 '넥타이 부대'가 주류였다. 심심찮게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야구장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각종 국제 대회 성과를 통해 야구에서 남성적 매력을 느낀 여성들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장을 찾기 시작했다. 새로운 여성 팬들은 과거 '넥타이 부대'와 달리 승패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학생 장서연(24)씨는 "야구장의 활기찬 분위기 자체가 좋다"며 "응원하는 팀이 지면 속은 상하지만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KBO가 작년 포스트시즌 때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여성 관중 비율은 10명 중 4명(39.2%)에 달했다. 두산의 경우 신규 회원 가입자 중 여성 비율이 2004∼2006년에는 20%대였으나 2008년 34.1%로 급증했고, 2009년에는 41.2%로 껑충 뛰었다. 대구를 연고지로 하는 삼성도 2008년 여성 관중 비율이 30.9%였으나 올해는 37.5%까지 올라갔다.
구단들은 여성 팬을 겨냥한 ‘핑크 마케팅’을 발 빠르게 내놓았다. 두산이 2009년 여성에게 입장권을 할인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실시하는 ‘퀸스데이’를 시작했고 LG(레이디스 데이), KIA(타이걸스 데이)도 뒤를 이었다. LG 구단 관계자는 “여성 전용 상품 판매 비율이 2010년에는 전체 매출의 3%였으나 작년에는 11%까지 올랐다”고 했다.
야구장에 술 냄새 대신 향수 냄새가 풍기면서 자연스럽게 주폭(酒暴)을 방불케 하는 난동도 줄어들었고, 가족 단위의 관중도 증가했다. 최근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각 구단은 여성 화장실을 늘리고 수유실을 만드는 등 가족 단위 관중을 유치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아이돌' 뺨치는 '야구돌' 있다… 류현진·김광현·강정호
프로 스포츠는 스타의 인기를 먹고 산다. 1990년대 후반 들어 프로야구는 스타 기근에 시달렸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선동열과 이종범 등이 잇따라 일본 무대로 떠나면서 팬들의 관심이 해외로 쏠렸다. 2000년대 중반에는 롯데·LG·KIA 등 관중 동원력 높은 구단의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관중 수가 198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돌파구는 국제 대회였다. 한국은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등의 성과를 거뒀다. 당시 활약을 펼쳤던 이대호(일본 오릭스), 류현진(한화), 김광현(SK) 등은 영웅 대접을 받으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프로야구는 2009년부터 작년까지 3년 내리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찬호·김태균(이상 한화), 이승엽(삼성), 김병현(넥센) 등 해외파 스타들까지 국내 무대로 '유턴'하면서 흥행몰이는 날개를 달았다. 박찬호 등판 경기는 시즌 초반 7경기 연속 매진 사례를 이뤘다.
새로운 스타도 속속 등장했다. 비인기 구단이던 넥센도 박병호와 강정호라는 히트 상품을 내놓으면서 올해 8개 구단 중 가장 높은 관객 증가율(전년 대비 34% 증가)을 기록했다. ‘야구돌(야구의 아이돌)’이란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요즘은 모든 선수가 각자의 ‘테마송’과 열심히 응원해주는 서포터스가 있어, 모두 스타나 다름없이 됐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TV·인터넷 통해 全경기 생중계
경기도 부천에 사는 회사원 이윤호(35)씨의 하루는 프로야구 없이는 상상할 수 없다.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프로야구 뉴스를 찾아보고, 퇴근하면 야구장을 직접 찾거나 여의치 않으면 TV·인터넷·DMB 등으로 야구 경기를 시청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날이면 스포츠 케이블 채널의 하이라이트를 통해 복기(復棋)까지 해야 잠이 온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야구를 보고 싶어도 중계방송이 없거나 정규 방송 때문에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포츠 케이블 채널 4곳이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고, 포털 사이트에서도 방송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생중계가 끝나면 공들여 만든 하이라이트 방송이 기다린다. 하루 24시간 동안 5시간 정도 분량의 새로운 콘텐츠 4개가 매일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 채널 입장에서도 프로야구는 매력적인 콘텐츠다. SBS ESPN의 박준민 편성팀장은 “프로야구 평균 시청률은 1.2∼1.3% 수준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시청률(0.5∼0.6%)보다 두 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채널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프로야구 중계 기술도 매년 발전하고 있다. 정지훈 KBS N 제작 PD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당 투입하는 카메라 수가 5~6대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10~12대를 쓴다”고 말했다. 초고속 카메라와 피칭캠 등 고가의 장비가 투입되면서 국내 야구 중계 수준도 메이저리그 못지않게 높아졌다는 반응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