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용상황이 이상하다. 실업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데 주변 지표들은 실업률 지표만큼 개선되지는 못한 듯 하다.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진짜 나아지고 있는 지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주 나온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8만2000건으로 추정치 37만5000건을 웃돌았다. 이전 한 달치 평균 역시 37만7750건으로 3개월만에 최대치로 늘었다. 실업수당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하며 '미국의 고용시장이 회복됐다고 판단될 때 까지'라고 단서를 달았던데서 보듯 미국의 취업난은 미국 경기회복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됐다. 특히 대선을 두 달 앞둔 시점이라 미묘한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다.

◆ 실업률 하락이 고용증가?…노동포기 인구 증가

8월말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8.1%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0%를 넘어섰던 미국의 실업률이 8.1%까지 내려온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고용참여 인구의 감소, 즉 아예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미국에서 없어진 일자리만 870만개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실업률로 회복하기 위해선 매월 12만5000명의 고용증가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달 고용증가만 해도 9만6000명에 그쳤다. 예상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CNBC는 현재 구직활동 인구 비율이 63.5%로 2007년에 비해 2.5%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31년만의 최저치다. 결국 실업률 감소는 새로 일자리를 찾은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난 게 아니라 아예 노동시장으로부터 밀려난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조지메이슨 대학의 케이스 홀 연구원은 "이같은 고용참여 인구 감소는 이전 경기침체기에도 없었던 것"이라며 "고용상황은 우리가 지표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 미 고용, 대선과 직결…격전지 실업률에 성패 달려

고용시장 회복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여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진영은 일단 실업률 하락을 치적으로 포장, 향후 개선 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는 금융위기 이전, 5%를 밑돌던 실업률과 비교하면 아직 위기국면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표뿐인 고용시장 회복기미도 롬니에겐 무기가 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지역은 이른바 격전지로 분류되는 10개주다. 전통적인 표밭다지기는 어느 정도 끝낸 만큼, 나머지 10곳을 마저 잡아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곳의 실업률이 미 언론의 관심사로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거인단 수는 270명. 경합주 10곳의 선거인단은 115명에 달한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격전지로 꼽히는 10개주 중 위스콘신과 뉴햄프셔,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다섯 곳은 지난달 실업률이 상승했다.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버지니아 등 세 곳은 제자리 걸음을 했다. 실업률이 떨어진 곳은 콜로라도와 뉴멕시코 두 곳에 불과했다.

텍사스주립대의 브루스 뷰캐넌 정치과학전공 교수는 "최근 6개월만 보면 느리긴 하지만 경기회복이 지속돼 오바마에게 불리한 구도는 아니었다"라며 "하지만 이제 롬니가 본격적으로 오바마에 불리한 경제이슈들을 끄집어 거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