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지지율 하락 국면이 이어지면서 당내에서 "박 후보의 대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친박 핵심들은 "박 후보도 최근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는 24일 오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세히 밝힐 예정이다.

◇"복합적 위기가 왔다"

최근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모이면 "양자대결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도 뒤지다니 정말 큰일 나는 것 아니냐" "정권을 넘겨주게 생겼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친박을 포함한 상당수 의원들이 "위기의 원인이 복합적이라 걱정스럽다"고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실언(失言)으로 야권의 정치적 공세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박 후보의 잘못이고, 홍사덕·송영선 전 의원의 '돈 추문'이 잇따라 터진 것은 당의 잘못 아니겠느냐"며 "반면 야권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관심을 모아가고 있다"고 했다. 한 친박 의원은 "박 후보가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에게 강도 높은 비리 척결 대책을 주문했지만 추문이 또 하나 더 터지면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인사들 사이에선 안 교수와 문 후보 간의 야권 후보 단일화 효과에 대한 우려도 크다. "야권의 단일화 게임이 흥미진진하게 가면 박 후보의 정책 행보가 제대로 먹히겠느냐"(친박 재선 의원)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안 교수를 대놓고 공격하자니 20~40대와 중도층을 자극할 우려가 있고, 가만있자니 안 교수의 지지율이 유지되면서 나중에 야권 후보 단일화 효과가 극대화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한 친박 의원은 "박 후보가 지금은 '안 교수를 공격하지 말라'는 입장이지만 두 사람이 단일화 게임을 시작하면 '야합(野合)'이란 부분을 분명히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이끄는 남경필 의원은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 추세를 이대로 방치해 추석 이후로 이어지면 구조적으로 고착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박 후보 한 사람만 쳐다보는 현재의 의사 결정 구조, 박 후보에게 직언(直言)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지금 분위기로는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朴, 24일 과거사 입장 발표

박 후보가 24일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한 것도 이런 '위기론'과 무관하지 않았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가 지금까지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준의 용어와 사과 이상의 표현을 사용하며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후보는 앞으로 자신이 설정했던 계획표대로 '민생과 정책'에 점점 더 무게를 실을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부산을 시작으로 지역별·권역별 선대위를 순차적으로 발족시키는 것도 일종의 '반전(反轉) 카드'라고 한다. 당 고위 관계자는 "중앙선대위에 범야권 인사를 포함한 다수의 외부 인사를 포함해 국민 통합과 외연 확대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 양상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결국 '박근혜 대(對) 야권 단일 후보'의 싸움이고 누가 이기든 '51대49'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게 박 후보의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