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한화그룹이 독일의 태양광업체 큐셀(Q-cell)을 인수했다. 큐셀은 혜성처럼 빛을 냈다가 폭죽처럼 사라진 기업이다. 큐셀이란 이름은 2008년 2월 처음 들었다. 큐셀이 부동(不動)의 태양광 세계 1위였던 일본 샤프를 제쳤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였다. 궁금해 뒤져보니 큐셀은 1999년 세워져 당시 9년밖에 안 된 기업이었다. 비결은 독일 정부의 보조금(補助金) 정책에 있었다. 일종의 ‘가격 보장제’인데 정부가 태양광·풍력 전기를 시장 가격의 몇 배로 사주는 것을 말한다. 2008년에 독일 전기 요금은 1㎾h당 평균 0.18유로(요즘 환율로 약 260원)였지만, 전력회사들이 태양광을 설치한 가정과 기업에서 사들이는 전기의 가격은 0.38~0.54유로였다. 두 배 이상 값을 쳐준 것이다. 전기나 에너지 분야는 인프라 비용이 비싸고 공급망(網)이 필요한 네트워크 산업이라 진입 장벽이 높다. 신생 기술이 기존의 시장 지배자들과의 경쟁을 뚫어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태양광·풍력에 보조금 정책을 쓰는데 큐셀은 보조금에 힘입어 2007~2008년 세계 1위에 올랐다. 그 큐셀이 순식간에 무너져 한국에 팔린 것이다.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 보조금이 쭈그러든 것이 원인이었다. 현재 독일의 태양광 전기 수매 가격은 한창때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1㎾h당 0.18~0.24 유로)으로 떨어져 있다. 지난 4월 큐셀이 도산하자 유럽 언론은 ‘보조금에 살고 보조금에 죽다(live by feed-in tariff, die by feed-in tariff)’라는 제목을 달았다. 에너지 기업의 흥망(興亡)은 이렇게 정부 정책과 경제 상황 같은 외부 변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 분야에서 경제 변수보다 더 위험한 리스크가 기술 변수다. 에너지 미래 기술은 원자력·신재생·석탄·셰일가스 같은 것들이 경합하고 있다. 발전소 굴뚝에서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내는 CCS라는 기술이 가능해지면 원자력은 존재 이유가 없어질 수도 있다. IT로 전기의 생산·공급·소비를 통제하는 스마트그리드나 발전소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한 때 전력망에 공급하는 대용량 배터리 기술이 완성되면 태양광·풍력의 세상이 온다. 문제는 어떤 기술이 궁극적으로 미래 에너지 세계를 주름잡을지 지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 타임지(誌)가 2010년 말 KAIST의 온라인 전기차 기술을 ‘2010년 세계 최고 발명품’의 하나로 선정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우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온라인 전기차 기술을 평가하면서 낙제점을 줬다. 이유가 궁금해 STEPI 보고서를 훑어봤더니 머리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보고서는 온라인 전기차 기술의 잠재력은 인정했지만 경쟁 테크놀로지인 배터리 기술이 획기적으로 진화하면 한순간에 쓸모없어져 버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럴 경우 온라인 전기차를 도입하느라 도로 바닥에 전력 공급선을 까는 인프라 비용만 낭비되고 만다. 에너지산업은 미래의 승자를 내다보기 힘들다. 바이오나 IT처럼 진입 장벽이 낮고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 않다면 수많은 기술이 피 터지게 경합해 승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에너지 분야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고 그 인프라의 수명도 길다. 따라서 정부 정책은 성급하게 어떤 한 기술에 올인해선 안 되고 유연해야 한다. 무슨 기술이 최후 승자가 될지 면밀하게 관찰해가면서 주기적 재평가를 통해 불확실성을 관리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입력 2012.09.21. 23:09 | 수정 2021.09.15.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