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을 위해 무제한(無制限) 돈을 찍어내기로 한 데 이어 일본 중앙은행도 19일 자산 매입을 위한 특별기금 규모를 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려 돈을 더 풀기로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3일 고용시장이 충분히 개선될 때까지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채권(MBS)을 매입하기로 했고, 유럽중앙은행도 지난 6일 재정위기에 빠진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기로 했다.

선진국들이 이렇게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서는 것은, 경기하락세는 빨라지고 있는데 마땅한 다른 정책 수단을 동원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재정 적자가 쌓여 정부 지출을 더 늘릴 수도 없고, 금리도 더 이상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만큼 은행이 가계(家計)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가계와 기업이 그 돈으로 소비와 투자를 늘려야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가계는 빚 갚기에 바빠 빚을 더 낼 형편이 아니고, 기업은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 투자 결정을 뒤로 미루고 있고, 은행도 위험한 대출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돈을 쏟아낸다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달러·유로·엔화가 동시에 풀리게 되면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투기성 자금이 늘어나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주식시장에 거품을 만들어내고, 환율을 요동치게 할 위험이 크다. 각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이 일어나 통상 마찰은 더 거칠어질 게 뻔하다.

우리의 경우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어서 투기성 외화 유입이 급증(急增)할 위험이 있고, 그렇게 되면 주식·채권시장이 과열되고 원화 가치가 뛰어올라 수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경기는 갈수록 식어가는데 새로운 불안 요인이 추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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