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색(色) 쓰는 병'이 다시, 이전보다 더 세게 도졌다. TV 선정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그 수위가 더 심해지고 성적 소재를 다루는 프로그램도 토크쇼, 드라마, 예능 프로 등 거의 모든 장르로 넓어졌다.

먼저 한때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자제 모드'로 들어가는 듯했던 걸그룹들의 민망한 의상, 춤 동작이 다시 등장했다. 걸그룹 시크릿은 다리를 벌려 허벅지를 보이고 골반을 움직이는 일명 '쩍벌춤' 안무를 선보였다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곤 다리를 벌리는 각도를 줄이는 등 안무를 바꿨다. 걸그룹 카라는 등이 훤히 팬 원피스를 입고 재킷을 벗었다 입었다 하는 안무를 들고 나와 "너무 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 위)등이 깊게 파인 원피스를 입고 재킷을 벗었다 입었다 하는 안무를 보여주는 걸그룹 카라의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 아래 왼쪽)MBC ‘정글 러브’에서 남녀가 혼욕하는 모습. (사진 아래 오른쪽)‘쩍벌춤’논란을 빚은 걸그룹 시크릿의 뮤직비디오 장면.

공중파 3사의 토크쇼들은 아예 '19금'을 내걸고 '야한 농담'들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지난 15일 '15세 관람가'인 MBC 예능 프로 '세바퀴'에선 한 개그우먼이 다산(多産)으로 유명한 한 개그우먼을 가리키며 "김OO씨는 결혼이 필수 조건이 아니라 ××가 필수 조건이겠죠"라고 했다. 'XX'는 방송에선 '삐~'음으로 가려졌지만 누가 봐도 '섹스'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17일 MBC '놀러와'의 19금 토크 코너 '트루맨쇼'에서 한 남성 출연자는 "껴안고 있다고 해서 경찰이 연행할 리 없다. 적어도 차가 들썩거리거나 뭔가 움직여야 연행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7월 KBS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는 성교육을 지나치게 하는 선정적인 아버지의 행동을 이야기하는 일반인 출연자가 등장했다. 지난 6월 SBS 고쇼에서는 한 연기파 배우가 "생소한 곳에서 부부가 사랑을 나눠야 한다. 싱크대 밑이나 식탁 대리석 모서리가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최근 끝난 MBC 예능 '정글러브'는 '15세 관람가'인데도 정글에서 남녀 출연자가 수영복 차림으로 혼욕(混浴)하는 모습을 내보내 논란을 자초했다.

일반적으로 15세 관람가인 드라마들의 대사도 성인 시청자들조차 민망할 정도로 성(性)에 관한 '직설적' 대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월 종영한 SBS '신사의 품격'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끼 부리지 마요. 나랑 잘 거 아니면"이라는 말을 하는 등 성적인 대화와 노출 신을 여러 번 내보냈다. 최근 MBC 주말드라마에는 한 여성 탤런트가 남자 친구를 '유혹'하기 위해 가슴골이 깊게 팬 원피스를 입고 나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염성호 전 CJ E&M 예능국장은 "시청자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성적인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방송사들의 표현 수위도 높아졌다"며 "친구끼리 편하게 하는 성적인 농담을 토크쇼 등에서도 재밌게 풀자는 소재의 확장이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다수의 전문가는 "그동안 금기였던 성적 대사나 이야기를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솔직히 한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방송사들의 시청률 마케팅 전략"(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후발 가수(또는 프로그램)가 주목받기 위해 기성 가수들보다 더 야해지는 전략을 취하는 것"(한 대형기획사 관계자)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 간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니 자극적인 소재, 선정적인 장면과 토크들이 유행하는 것"이라며 "방송사는 선정적인 자극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박 작품이나 프로그램 기획력으로 시청률을 올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방송사들은 쉽게 시선을 끌 수 있는 성적 코드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점점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등장할 것이고, TV를 시청하는 청소년들은 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판단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방송사는 이러한 영향력을 고려해 선정성을 자제하는, 원론적이지만 기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