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19일 회견에서 "지금까지 국민은 저를 통해 정치 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 주었다"며 "이번 대선에 출마해 그 열망을 실천해내려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정치 개혁을 선거 과정부터 시작하고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한자리에 모여 선의의 정책 경쟁을 약속하자"고도 제안했다. 안 교수는 그러나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나갈 것인지, 새 정당을 만들 것인지, 민주당 문 후보와 단일화를 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안철수 현상'은 우리 사회의 정치 불신 지수(指數)를 보여주는 온도계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안 교수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제 '교수 안철수'에서 '정치인 안철수'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정치 불신 기류(氣流)를 나타내는 계기(計器)가 아니라 국민의 희망을 만들어내고 그걸 실천해야 할 정치적 주체(主體)가 됐다. 따라서 자유인(自由人) 안 교수가 아니라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책임 윤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안 교수가 이날 대선 출마만을 밝히고 그에 따른 정치적 선택을 분명히 하지 않고 피해간 것은 올바른 정치적 행동이 아니다.

안 교수가 출마 명분으로 제기한 '새 정치'를 실현하려면 그와 함께 그 약속을 실천할 정치 세력이 있어야 한다. 안 교수는 출마 회견에서 "조직과 세력 대신 나라를 위해 애쓰는 모든 분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과 함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특정한 정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결성하는 정당'을 통하지 않고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정권을 뒷받침할 정치 세력이 없으면 법안을 단 하나도 통과시킬 수 없고 자기가 원하는 국가 예산도 짤 수 없다. 안 교수가 만에 하나 무당적(無黨籍) 대통령도 정파를 초월한 지지를 끌어내면 국정을 더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현실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이다.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은 자기 당 정강(政綱) 정책을 실천할 대통령을 배출하기도 하지만 자기들이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책임도 진다. 헌법상으론 설령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운영하더라도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킬 수 없다. 그래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실적에 대한 찬반 의사를 지방선거·총선 등 각종 선거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에 대한 중간 평가로 표시한다. 이것이 정당정치이고 책임정치다. 정당 없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국민이 대통령의 정치 과정에 대해 평가할 통로를 봉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는 권한 소재와 책임 소재가 일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통령과 정당이 따로 놀고 국민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돈에 빠지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 "나도 여당에 간섭 안 할 테니 여당도 내 일에 간섭 말라"고 선을 긋더니 재임 중 자신이 만든 여당이 본인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두 동강 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회를 무시하다가 여당 내 극렬 반대 세력까지 키워 어느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대통령은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최고 정치 지도자다. 안 교수가 정말 그 자리에 오를 생각이라면 자신과 함께 그 무한 책임을 걸머질 정치 세력으로 새 정당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무소속으로 갈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또 현재의 인기를 유지해 야권 단일 후보가 된 후 민주당에 들어가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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