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이달 들어 매머드급 부양책을 쏟아낸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BOJ)이 같은 조치에 나설지 주목된다. BOJ은 18일부터 이틀간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BOJ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대규모 자산 매입으로 엔화를 시중에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동시에 고공행진하는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목적이다. 올들어서는 지난 2월(10조엔)과 4월(5조엔), 7월(5조엔)에 각각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한도를 증액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치 못한 '깜짝' 한도 증액으로 엔화 가치는 큰폭으로 떨어졌다.
◆ 日 "회복세 멈췄다"
지난 14일 일본 정부는 월간 경기동향 보고서에서 "세계경제 침체에 따라 일본 경제 회복세가 멈췄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회복세가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 것에서 한발 후퇴한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수요가 감소하면서 일본 수출이 타격을 받은 데 대한 정책입안자들의 우려가 담겼다.
일본 경제는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괜찮은 성적을 내왔다. 내수가 어느 정도 살아나고 지난해 동(東)일본 대지진에 따른 복구 수요가 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침체가 계속된데다 엔고(円高) 현상까지 심해지면서 회복세도 빛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내년 3월 끝나는 2012 회계연도 성장률이 2.2%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주요 투자은행을 비롯한 애널리스트들은 2%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점쳤다.
먹구름은 점차 짙어지고 있지만 BOJ가 이번 회의에서 지난 2월과 같은 깜짝 부양책을 내놓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BOJ 근무 경험이 있는 니시오카 준코 RBS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일본 경제가 위축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 하방 위험이 큰 만큼 BOJ가 이달 자산 매입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전격적이었다'고 평가받는 2월과 유사한 조치가 예상된다"며 "한도 증액 규모는 10조엔 플러스 알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BOJ가 추가 부양책 여지만 열어놓고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로이터는 "BOJ가 이번 회의에서는 당장 통화완화책을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다"며 "다만 일본 경제에 대한 전망을 보다 부정적으로 제시해, 조만간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유지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달말 굵직한 정치 행사들이 예정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있다. 오는 21일에는 민주당 대표 선거가 열리고 그 후 당정 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 엔화 가치가 변수
현재로서는 엔화 가치가 BOJ 결정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지난 13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무제한 채권 매입 조치를 발표한 후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77.13엔으로 7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엔화 가치 상승) 그렇잖아도 엔고가 일본 경제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선진국들이 계속 돈을 풀면서 엔화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7개월째 지속되는 엔화 강세에 대처하고자 정부가 결정적인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선 BOJ가 연준의 조치를 각별히 지켜보고 있다는 관측이 공공연히 나왔고, 일부 참가자들은 "BOJ가 외환 딜러들에게 엔화 동향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종의 구두개입인 셈이다.
지난 5년간 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45% 절상됐다. 엔고로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는 일본 수출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는 이달초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엔고가 일본 경제에 가져오는 악영향이 막대하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오래가고 있으며, 그 때문에 일본 수출과 산업생산이 다소 약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BOJ의 외환시장 개입은 지난해 11월이 마지막이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양적완화 발표 후 이번 회의에서 아무런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엔고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BOJ의 엔화 매도 개입을 재개할 것이라는 경계감이 확대됐다"고 관측했다. BOJ 회의를 앞두고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오후 12시 현재 78.25엔으로, 13일보다는 0.2%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