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일 동안 400만원이나 돈이 모였어. 내가 박지성처럼 인기 있었다면 돈이 더 많이 모였을 텐데, 미안하다." (이상묵 서울대 교수)

"(농담이라는 듯 웃으며) 그러니깐요. 제가 좋아하는 소녀시대가 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제가 교수님 제일 좋아하는 걸 아시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생 남윤광씨)

1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성산동 2층 주택 남씨의 작은 방에서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이상묵(50)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찾아와 윤광(28)씨에게 그동안의 모금 상황을 알려줬다. 이 교수는 한 포털 사이트에서 지난 8월 30일부터 윤광씨의 간병비를 위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16일 오후‘한국의 스티븐 호킹’이상묵(오른쪽)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제자 남윤광씨의 안부를 묻기 위해 남씨가 지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 장애인 사회복지법인‘한벗둥지’를 방문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남씨는 척수성근위축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지만 현재 그를 돌보아 줄 간병인이 없는 상태다.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 전공도 다른 두 사람의 인연을 어떻게 시작됐을까. 그 단초는 '휠체어'였고, 시작은 4년 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교수는 정부로부터 '고급 장애인들의 인력을 양성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서울대 내 장애인 학생들을 소개받은 자리에서 윤광씨를 만났다. 이 교수는 "학생들 60여명을 만났는데 그중 윤광이가 제일 눈에 띄었어요. 가장 중증인데도, 가장 밝았습니다. 만약 윤광이가 성공한다면, 모든 학생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윤광씨는 선천적으로 근육이 점차 마비되는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한 살 때부터 걸을 수도, 앉을 수도 없었다. 이 때문에 그의 몸은 평생 휠체어에 고정돼 있다. 이 교수 역시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지질조사 여행을 갔다가 자동차가 전복돼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됐다. 하지만 이 교수는 장애를 딛고, 입으로 부는 마우스 등 최첨단 IT기술의 도움을 받아 전동 휠체어 위에서 강의도, 연구도, 회의도 한다.

이 교수가 "나와 한번 함께 공부해볼래"라고 제안하자, 윤광씨는 주저 없이 "교수님께서 기회만 주시면 어떤 공부도 하겠어요"라며 매달렸다.

윤광씨는 척수성근위축증과 싸우면서도 어머니의 헌신적인 돌봄 덕분에 지난 2003년 서울대 경제학부에 입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까진 연필을 쥐고 필기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젠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할 수 있을 정도의 힘만 남았다. 윤광씨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살펴주던 어머니도 2006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에게서 대장암이 발견됐을 때 이미 암세포가 온몸에 퍼져 있었대요. 아들을 챙기느라 당신 몸이 망가져 가는 줄도 몰랐던 거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나타난 이 교수님은 제게 은인 같았어요."

그 만남 이후 이 교수는 윤광씨에게 '버팀목'이었고, 윤광씨는 이 교수의 '희망'이었다. 요즘 윤광씨는 힘들 때면 이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거나 그와 전화 통화를 하곤 한다. 윤광씨는 "가끔 난 세상에서 혼자라는 외로움이 들 때면, 교수님이 '다 잘 될 거다. 괜찮다' 그러시면, 정말 다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광씨는 이 교수 때문에 이공계 공부도 시작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미래의 식량과 에너지양을 예측하는 '계산과학연합전공'이라는 학문도 함께 연구 중이다. 윤광씨는 "전공인 경제학을 이 분야에 접목해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윤광씨의 연구 활동은 병세가 나빠지면서 위기가 왔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문밖으로 나가거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윤광씨는 병원에 가도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어 약도 따로 먹는 게 없다. 다만 윤광씨의 손발이 돼 줄 전문간호인이 2명은 필요하다. 그러려면 한 달에 500만원이 들지만, 현재 국가·학교에서 지원받는 비용은 200만원 남짓.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 교수가 네티즌들을 상대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윤광이는 오늘도 꿈을 꿉니다. 저는 윤광이에게 너무나 크고 힘겨운 도전일 그 걸음에 응원하고 싶어요." 이 교수가 윤광씨를 돕자며 한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