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만 뽑았다. 구단별로 2명씩 15명(한화 1명)인 외국인 투수 중 14일 현재 다승 10위 이내에 7명이 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넥센의 브랜든 나이트(37·Brandon Knight)가 가장 빛난다.

그는 13일 목동 두산전에서 시즌 14번째 승리(3패)를 따내며 삼성 장원삼, 미치 탈보트와 다승 공동 선두를 이뤘다. 나이트의 평균 자책점(2.25점)은 단연 리그 선두이다. 그는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는 27차례 등판에서 24번 기록했다. 역시 리그 최고이다.

나이트는 안방에서 특히 강하다. 작년 8월 18일 한화전부터 목동 홈경기에서 11연승을 달리고 있다. 올해만 따져도 11경기에서 8승 무패 평균 자책점 1.71의 괴력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넥센 팬들은 나이트를 '백기사'라 부른다. 이름(Knight)이 기사(騎士)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이트가 13일 목동 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세 아들을 둔 그는 불고기와 된장찌개를 즐겨 먹을 만큼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다. 등판을 앞두곤 더그 아웃에서 영자 신문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한다.

◇최다패에서 최다승 후보로

나이트는 2009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미국 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그가 당시 예선 한국전에 선발투수로 나왔다가, 이대호(일본 오릭스) 에게 장외 투런 홈런을 맞는 모습은 지금도 방송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나이트는 앞선 3년간 한국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을 냈다. 삼성(2009·2010년)과 넥센(2011년)에서 통산 19승22패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승운마저 따르지 않아 리그 최다패(15패·7승)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10시즌 후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던 여파가 작년 내내 그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넥센 구단과 김시진 감독은 올해 나이트와 재계약했다. 성실함과 위기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결과였다. 나이트는 달라진 모습으로 올해 스프링 캠프에 나타났다. 꾸준한 재활훈련을 통해 무릎 통증을 없앤 것이다. 하체가 받쳐주니 자연스레 구위도 살아났다.

이제 나이트는 강속구에만 의존하는 투수가 아니다. 시속 150㎞에 이르는 직구는 여전하지만 지난해 봄에 팀 동료 손승락에게 배운 싱커를 활용해 '땅볼 투수'로 거듭났다. 덕분에 그는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땅볼 아웃(285개)을 잡아냈다.

◇리오스 이후 최고의 외국인 투수

1998년부터 한국을 찾은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최고로 평가받은 선수는 다니엘 리오스이다. 2007년 두산 소속으로 22승5패, 평균 자책점 2.07로 다승·평균 자책점 1위를 석권했고, 1998년 타이론 우즈(OB)에 이어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로 뽑혔다.

2008년 일본에 진출한 리오스는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이 들통나 퇴출당했다. 나이트는 약물 의혹과 거리가 멀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까다롭기로 이름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도핑 테스트를 통과했다.

만약 나이트가 올해 다승과 방어율 부문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우즈·리오스에 이어 세 번째 외국인 선수 MVP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나이트는 "MVP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앞으로 몇년간 넥센에서 더 뛰면서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나이트 주 무기 싱커(Sinker)

공의 양쪽 실밥을 검지와 중지로 잡고 내려 긁듯 던진다. 공은 직구처럼 날아오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하게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오른쪽 타자의 몸쪽으로 가라앉는다. 나이트는 최고시속 147~148km의 빠른 싱커로 타자를 공략, 빗맞은 내야 땅볼을 많이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