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 신청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IMF는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리스는 그 정도로 재정 상황이 심각하진 않다는 입장이다.

◆ "그리스 스스로 자금 조달할 능력 없다… 3차 구제금융 요청할 것"

13일(현지시각) IMF의 타노스 캐트샘바스 그리스 담당 집행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재정적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2차 구제금융 잔액은 물론, 공식적인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3차 구제금융을 지원하거나 헤어컷(손실 부담 비율)을 조정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차례에 걸친 구제금융에도 그리스 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으려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79년부터 IMF에서 30년 이상 구제금융 문제를 다뤄온 이 방면의 전문가다. 캐트샘바스 이사는 그리스를 구하려면 채권국이 기존 부채에 대한 이자율을 낮추거나, 원금 회수일정을 늦추는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경고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 실사단이 그리스를 방문 중인 가운데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트로이카 실사단은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2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점검하고 있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 금액 1730억유로 중 315억유로를 받을 수 있는지는 실사단의 결정에 달렸다. 그 가운데 IMF의 주요 관계자가 "예정된 2차 구제금융 잔액을 다 지원해도, 그리스는 추가로 돈을 더 받아야 할 것"이라며 그리스의 재무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한 것.

만약 실사단이 이 의견에 공감하고,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면 남은 2차 구제금융 자금은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 정부의 돈줄이 마르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다시 그렉시트 문제가 불거지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 "3차 구제금융안은 최후의 수단… 일단 가벼운 지원책부터 나올 것"

그리스는 캐트샘바스 이사의 이같은 의견에 즉시 반박했다. 이날 그리스의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재무장관은 캐트샘바스 이사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구제금융과 관련한 그리스의 공식적인 입장은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와 재무장관만이 밝힐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재정상황에 대한 그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제리 라이스 IMF 대변인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 WSJ의 기사를 보지 못했다"며 " IMF와 일단 2차 구제금융안 논의에만 집중하겠다"고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그리스의 채무 상환 능력에 따라 재정 감축 시한을 늘릴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3차 구제금융안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3차 구제금융안을 실행하기 이전에 그리스를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먼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마라스 총리가 주장하는 재정 감축 시한 2년 연장 방안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현재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내 다른 재정위기국들도 그리스와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채권단이 구제금융이 필요하다고 해서 바로 지원해주는 선례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내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의 폴커 카우더 원내대표도 지난 19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제공 가능성에 대해 "거의 없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유로존 내 각국 정부는 그리스에 3차 구제금융을 지원하려면 의회를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2차 구제금융안을 수정하는 데는 각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점을 들어 "그리스가 올 4분기에 차기 지원분으로 315억유로보다 더 많은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4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유럽재무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긴축 재정 노력에 대한 트로이카의 보고서는 이르면 오는 11월 발표될 예정이라고 A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