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마약사범 구속자가 인구 10만명당 8명꼴이다.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이 10명 이하인 나라에 UN이 인정해주는 '마약 청정국'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터넷에서는 클릭 한 번만 하면 24시간 안에 각종 마약을 배송받고 있다. '인터넷 쇼핑을 하듯 마약을 살 수 있는 마약 청정국.'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도리도리(엑스터시), 작대기(필로폰), 물뽕(성범죄에 악용되는 마약·GHB)'.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마약을 뜻하는 이 같은 은어들을 입력하자 '팝니다'는 글이 수백 건 검색됐다. 무작위로 클릭해보니 한 사이트 게시판에 마약을 판다는 홈페이지 주소가 적혀 있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GHB(40만원), 필로폰(80만원), 엑스터시(50만원) 등 각종 마약류의 사진과 가격이 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프로포폴(55만원) 등도 있었다. 오늘 방문자 수는 32명이라 표시돼 있다. 홈페이지 구석에는 자동 채팅 창이 열려 있다. 판매자에게 '약을 찾는다'고 하니 '번호를 남기면 연락할 테니 그때 다시 접속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후 9시쯤 '000-000-0000'이란 번호로 '지금 접속 바란다'는 문자가 왔다. 상담은 채팅으로 진행됐다. 판매자는 계좌 번호를 알려주며, 입금이 확인되면 마약을 화장품 병과 상자에 넣어 '비밀 포장'을 해주겠다고 했다. 오늘 입금하면 내일 오전까지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판매자는 "LSD 1g(60만원)에 도리도리까지 10알(50만원) 구입하면 10만원 깎아주고 (도리도리) 두 알 더 드릴 테니 다음에도 이용해달라"고 했다.
마약의 용도를 물어보니 "도리도리는 중독도 덜 하면서 클럽용이라 신나고, 여자 꼬시려면 물뽕이 최고다"고 대답했다. "여러 명이면 사람 수대로 나눠서 포장해주겠다"고 친절하게 말했다. 원산지를 물어보자 "싸구려 쓰면 손님 떨어지니 순정 태국산만 쓴다"고 말했다.
이들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단속을 피하고 있었다. 입금에 쓰이는 대포 통장은 매일 10개씩 새로 발급받는다는 것이다. 한 번 쓴 통장은 재사용하지 않아 하루 안에 계좌 추적이 불가능해진다. 입금도 단속이 쉽지 않은 오후 5시에서 오전 1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서버는 주로 홍콩·중국 등 해외에 두고 있고 사이트 주소도 자주 옮긴다.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서다. 업체 측은 "단골만 400명이고 한 번에 작대기(필로폰) 1000만원어치씩 구입하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마약 판매 사이트에서 취급하는 물건은 대마(마약)와 메스암페타민·GHB·MDMA·LSD·프로포폴(향정신성의약품), 심지어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칼륨(청산가리)도 있었다. 일명 '뽕'으로 통하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GHB(물뽕)는 주로 성적 쾌감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데이트 강간' 등의 범죄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DMA(엑스터시)나 LSD는 클럽 등에서 흥을 돋우어 더 신나게 놀기 위해 사용되는 환각제다. 이들은 대부분 성(性)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마약 혹은 향정신성의약품은 모두 국내법상 '마약류'에 해당해 만들거나 유통하는 것은 물론 갖고만 있어도 처벌토록 돼 있다.
최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엔 인터넷에서 상습적으로 마약을 구입한 아내 때문에 결혼 6개월 만에 파경을 맞은 30대 초반 부부의 사례가 접수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도 했다는 아내는 20대에 다이어트를 위해 잠시 손댔던 필로폰을, 결혼 후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구입하면서 중독에 빠져들었다. 마약퇴치본부에는 이처럼 인터넷에서 손쉽게 마약을 구입하다 중독에 빠져든 경우가 흔하게 접수된다. 전남 경찰청 마약수사대 김용갑 팀장은 "인터넷을 통한 마약 구매는 현재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데 워낙 점조직이라 쉽게 검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