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이 6일 새누리당의 불출마 종용 의혹을 제기한 것은 앞으로 쏟아질 검증 공세를 사전 봉쇄하고 선제공격을 통해 대선 출마의 명분과 주도권을 잡으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안 원장은 특히 자신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 강도가 세지거나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이 올 때마다 예상치 못한 정치적 발언이나 이벤트로 상대방의 허를 찌르고 위기를 타개하는 '안철수식 타이밍 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원장에게 사전 보고"

6일 안 원장 측의 '새누리당 불출마 종용 의혹' 제기는 안 원장 측의 변호사 출신 핵심 4인방인 금태섭·강인철·조광희 변호사와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 변호사는 4일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안 원장의 뇌물·여자 의혹을 제기하는 전화를 받은 직후 조 변호사 등과 논의했고, 안 원장에게도 바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그게 정말인가요"라며 거듭 확인을 했다고 한다.

금 변호사는 6일 오전 강·조 변호사와 송 의원과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문제 제기하기로 결정했고, 안 원장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4인방이 주도했지만 안 원장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지지율 하락 시점과 기자회견 정확히 일치

안 원장은 지난 7월 여론조사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7월 중순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한국갤럽)에서 7~8%포인트가량 뒤졌다. 민주당 문재인 경선후보에게도 다자대결에서 거의 역전당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7월 19일 '안철수의 생각' 출간과 TV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출연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번도 상황이 비슷하다. 안 원장은 '생각' 출간으로 지지율을 대폭 끌어올렸다가 최근 미세한 하락이 계속됐다.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 전날인 5일에는 박근혜 위원장과의 양자대결(리얼미터)에서 47.5% 대 45.4%로 역전당했고, 다자대결에서도 22.9% 대 18.8%로 문재인 후보에게 쫓겼다.

◇수비 대신 공격… 검증 선제봉쇄

안 원장은 그동안 각종 검증 의혹에 수비적 자세로 대처해 왔지만, 이번엔 '깜짝 공세'로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이번 정 위원의 협박 건은 일상적 수위를 넘은 것"이라며 "정면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각종 의혹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들이 믿는 경향이 있다"며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을 막기 위해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으로 몰려올 검증 공세의 쓰나미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의미다.

출마 선언을 앞두고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불출마 종용 의혹을 앞세워 새누리당을 구시대적 공작정치 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자신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대선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 같다"고 했다. 기존의 온건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한 정치적 투사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되기 전에 박근혜 후보와 양자 대결구도를 굳히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원장과 새누리당의 싸움이 가열되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경선 8연승이 퇴색했다"고 했다.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보면 안 원장이 검증 공세로 인해 정체됐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어느 정도 볼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안 원장이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하지 못한 채 네거티브 싸움에 빠져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장기적으론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는 "국민이 안 원장에게 바라는 것은 새로운 정치와 비전인데, 자신이 먼저 정치싸움에 나섰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