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아이돌 스타에서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난 가수 박지윤(30)이 진지한 음악 여행에 나섰다. TV조선 '이문세와 떠나요! 비밥바룰라'를 통해서다. 그는 3·10·17일 방송될 이 프로 2~4회에서 이문세와 함께 세계 대중음악의 본산 영국과, 신비한 감성의 뮤지션들을 배출하고 있는 아일랜드를 소개한다. 그는 1일 본지 인터뷰에서 "가수 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며 "영국도 그렇지만 아일랜드에서는 정말 풍부한 음악적 자양분을 얻었다"고 했다.

"영국은 대단한 뮤지션이 많은 나라잖아요. 보통 사람들의 자부심도 무척 큰 것 같더라고요. 비틀스(Beatles)의 고향 리버풀에서는 마치 성지(聖地)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죠. 아일랜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었어요."

박지윤은 런던에서 5인조 밴드 '마마스 건(Mamas Gun)'을 만나 같이 노래를 불렀다. 그는 보컬 앤디 플랫츠(Platts)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원래 남자 노래를 여자가 부르면 음역대가 안 맞아서 어색할 수 있는데 앤디는 워낙 음역대가 높고 가성과 두성을 자유롭게 써서 노래하는 스타일이라 저와 잘 어울렸어요." 이문세는 두 사람의 노래에 대해 "영혼의 단짝처럼 보일 만큼 호흡이 잘 맞았다"며 "살짝 질투가 났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아일랜드 얘기가 나오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음악영화 '원스(Once)'의 주인공이자 듀오 스웰 시즌(Swell Season)의 멤버 마르게타 이글로바(Irglova)를 우연히 만났던 추억 때문이다. 그는 "다른 뮤지션을 만나러 갔는데 이글로바가 갑자기 그 집을 찾아와 깜짝 놀랐다"며 "당연히 노래를 부탁했고 그녀는 피아노를 치며 감동적인 음성을 선사했다"고 했다. "아일랜드 뮤지션들은 정이 많았어요. 집에 초대해서 풍성한 만찬을 대접하는가 하면 저희가 떠난다고 시내까지 찾아와 굿바이송을 불러주기도 했죠. 이 나라 사람들 심성이 꼭 한국인과 비슷하다고 해요. 이런 따뜻한 마음 때문에 좋은 음악이 계속 탄생하는 거겠죠."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표지에 등장해 유명해진 런던 애비 로드(Abbey Road)를 이문세(맨 오른쪽)와 박지윤(오른쪽에서 둘째)이 비틀스의 앨범 재킷 사진 모습을 흉내내며 걷고 있다. 왼쪽 두 명은 이문세 밴드 멤버.

박지윤은 이번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대선배 이문세와 10여일을 함께 보냈다. 10시간 이상 버스를 타며 쪽잠을 자야 하는 힘겨운 여정이었지만 "늘 젊게 살려고 하는 선배님을 보며 피곤함을 잊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번 여정에서 퀸의 보컬 고(故) 프레디 머큐리의 집, 비틀스의 앨범 표지 사진으로 유명한 애비 로드(Abbey Road), 비틀스가 신인 시절 연주했던 캐번(Cavern) 클럽 등의 명소를 돌아보고 거리 공연도 했다. 박지윤은 "영국에 있는 동안은 하루도 쉬지 않고 비가 와서 관객이 거의 없어 좀 부끄러웠다"며 "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큰 광장에 우리 공연을 보러 사람들이 몰려와 짜릿했다"고 했다.

1997년 '하늘색꿈'으로 데뷔한 박지윤은 '성인식' '스틸 어웨이' 등의 노래로 200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얻다가 6년간 공백기를 가졌다. 다시 노래를 시작한 건 2009년 7집 '꽃, 다시 첫 번째'를 내놓으면서. 그는 이때부터 직접 노래를 쓰며 아이돌 스타의 과거를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발표한 8집 '나무가 되는 꿈'은 그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작(秀作)이었다. "한때 성적(性的)인 이미지가 강해서 쉽게 벗어나기가 힘들었죠. 그즈음 이상한 루머도 돌아서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겪으며 쉬다 보니 진짜 음악을 통해서 대중에게 내 얘기를 해보자는 의지가 생겼어요.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얻게 되는 위로가 제 삶의 버팀목입니다. 꼭두각시처럼 살았던 데뷔 초 아이돌 가수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죠. 이 프로는 그런 제게 진실한 음악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