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영화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전기(轉機)를 맞는 지점에 공식처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인물이 물에 빠지는 신이다. 물에 빠졌던 인물은 '다른 사람'이 돼서 돌아오고, 인물의 성격 변화는 스토리에 영향을 미친다. 물에 빠지는 장면이 극을 이끌어가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KBS 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에서는 지난 20일 이태성(김강우)이 물에 빠진 뒤 기억상실 증세를 보였다. 바다에 빠졌다가 깨어난 뒤로 아버지도 못 알아보고 자기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반대로 KBS 일일연속극 '별도 달도 따줄게'는 한민혁(고세원)이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는 장치로 물을 활용했다. 한민혁이 저수지에 빠졌다가 구조된 뒤 점차 어린 시절의 기억이 돌아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지난주에 방송됐다.
영화 '미쓰고'에서 천수로(고현정)는 물에 빠진 뒤 심각한 대인기피증을 극복했다. 두 인물의 영혼이 바뀐다는 내용의 KBS 드라마 '빅'에서는 30대의 서윤재(공유)와 고등학생 강경준(신원호)이 함께 물에 빠졌고, 구조됐을 때는 이미 영혼이 바뀐 상태였다.
물이 극의 분수령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선 아직 방영되지도 않은 내용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민호(극 중 최영)가 수중 촬영하는 모습이 예고 영상에 나온 SBS '신의'가 그런 예. 이 장면은 아직 드라마 본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방영된) 낚시 장면에 이어 물에 빠질 것" "은수(김희선)가 인공호흡으로 살려내고 신망을 얻을 것" 등 저마다 추측을 내놓고 있다. 제작진은 "물에 빠지면서 최영의 마음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했다.
왜 물에 빠지는 모습을 전환 장치로 즐겨 사용할까? 전문가들은 "물은 극적 변화를 시각적(視覺的)으로 표현하기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부분 장면이 지상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변화의 계기로 받아들인다. 수중촬영 기법·장비의 발전으로 카메라가 물속까지 비추게 되면서 땅과 물의 시각적 대비를 통해 인물이나 스토리의 변화를 표현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김승수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