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홈런왕 도전이 쉽지 않아졌다.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는 지난 8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전에서 20홈런을 터뜨린 뒤 17일·15경기째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홈런 2위의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가 최근 11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리며 5년 연속 20홈런을 마크, 이대호와 퍼시픽리그 홈런 부문 공동 선두로 뛰어오르는데 성공했다.

이대호는 지난 5월27일 요코하마 DeNA전에서 시즌 9호 홈런으로 윌리.모 페냐(소프트뱅크)와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가 돼 처음으로 홈런 선두가 됐다. 이튿날 DeNA전에서 10호 홈런과 함께 시즌 첫 홈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6월 한 달간 홈런 1개에 머문 사이 나카무라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그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때를 놓치지 않고 7월6일 지바 롯데전 13호 홈런으로 다시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어 7월8일 지바 롯데전에서 14호 홈런을 폭발시킨 이대호는 단독 선두 자리도 되찾았다. 부상에서 돌아온 나카무라가 7월26일 지바 롯데전에서 15호 홈런을 때리며 공동 1위 자리를 잠깐 허용했지만, 이대호는 이내 7월29일 니혼햄전 16호 홈런으로 단독 선두가 된 후 27일간 단독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이대호는 지난 8일 퍼시픽리그에서 가장 먼저 20홈런 고지를 밟으며 나카무라와 격차를 4개로 벌렸다. 홈런 1위 굳히기에 들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갑작스럽게 이대호의 홈런포가 침묵했고, 나카무라가 4개의 홈런을 가동하며 다시 동률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가 된 것이다.

두 타자 모두 홈런왕 경험이 풍부하다. 이대호는 한국에서 2006년(26개) 2010년(44개) 두 차례 홈런왕을 차지했다. 나카무라는 이대호보다 홈런왕 경험이 더 많다. 2008년(46개) 2009년(48개) 2011년(48개) 무려 3차례나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나카무라의 거포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한 만큼 이대호가 하루빨리 장타 능력을 되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대호는 개막 이후 16경기에서 홈런을 치지 못한 게 가장 오래된 홈런 침묵이다. 26일 경기에서도 홈런을 못 칠 경우 올 시즌 가장 긴 홈런 침묵이 된다. 자칫 장타 슬럼프가 길어질 수 있는 상황.

홈런 1위를 달리다 경쟁자에게 추월당한 건 2006년 이승엽의 사례도 있다. 2006년 당시 요미우리에서 활약한 이승엽은 7월까지 31홈런을 작렬시키며 2위 주니치 타이론 우즈(23개)를 8개차로 앞질렀다. 무난히 홈런왕 등극이 예상됐지만, 8월 이후 10개의 홈런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그 사이 우즈가 24개를 추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결국 우즈가 47개, 이승엽이 41개로 역전된 채 시즌이 끝났다.

과연 이대호는 나카무라의 추격을 따돌리고 홈런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남은 경기는 이대호의 오릭스가 33경기, 나카무라의 세이부가 36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