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콘돌리자 라이스, 달라 무어.

80년간 '금녀(禁女)의 성(城)'이었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마침내 오거스타 회원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입는 첫 여성이 나왔다. 콘돌리자 라이스(57) 전 국무장관과 은행가 달라 무어(58)가 그 주인공이다.

마스터스대회 개최지인 미 조지아주 소재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의 빌리 페인 회장은 20일(현지 시각) "엄격한 자격 심사를 거쳐 라이스와 무어를 클럽 역사상 첫 여성 회원으로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미국 내 '성 차별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그동안 여성·시민단체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었다. 1933년 문을 연 오거스타는 백인 남성만 회원으로 받아오다 1990년에 흑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했으나 여성 회원은 계속 거부해왔다. 여성단체들의 문제 제기에도 오거스타 측은 "우리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남자들만의 사교 모임"이라며 무시로 일관했다.

하지만 올해 마스터스대회 때 후원사 최고경영자(CEO)의 자동 회원 입회 논란을 계기로 기류가 바뀌었다.

오거스타는 최대 후원사인 IBM CEO에게는 회원자격을 부여하는 게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IBM CEO가 여성(버지니아 로메티)이란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 로메티가 마스터스 외빈 환영식에 '그린 재킷'이 아닌 핑크 재킷을 입은 채 나타나자 여성·시민단체는 물론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오거스타의 '성 차별'을 비판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거스타가 결국 외부 압력에 굴복해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오거스타는 비록 압력에 굴복한 것이긴 하지만 클럽의 권위를 고려해 첫 여성 회원 선정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 관계자는 "여성단체의 시위가 한창이던 5년 전에 처음 여성 회원 문제가 내부적으로 논의됐고, 이때부터 라이스와 무어가 1순위로 거론됐었다"고 했다. 당시 오거스타 회장이던 후티 존슨이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동문으로 친분이 두텁던 무어와 국무장관으로 인기가 높던 라이스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라이스 전 장관은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자 소문난 골프 애호가다. 그는 국무장관 시절인 2005년 뒤늦게 골프에 입문한 뒤 골프의 매력에 빠져 주말마다 필드를 찾았고, 최근에는 전미골프협회(USGA)의 자문위원으로도 위촉됐다.

투자회사 레인워터의 파트너인 무어는 여성 은행가 중 최고 연봉을 받는 인물로 '은행업계의 퍼스트레이디'라고 불린다. 수백억원대의 기부를 한 큰손이기도 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MBA인 '무어 스쿨'은 그가 1998년 300억원을 기부한 뒤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한편 미 언론들은 "철옹성 같았던 오거스타도 성 차별을 철폐하면서 이제 미국 사회에서 금녀의 벽은 대부분 깨졌다"고 했다. 지난해 미 해군은 111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의 잠수함 복무를 허용했다.

공직사회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의회에서는 낸시 펠로시가 2006년 최초로 여성 하원의장에 올랐다. 미국 외교를 책임지는 국무장관직은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1997년 여성으로서 처음 맡았다. 폴리티코는 "미국에서 아직 여성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직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