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부가 1891년 미국 워싱턴에서 매입한 주미(駐美) 공사관 건물이 1910년 일제의 강제 병합으로 빼앗긴 지 102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구한말 조선이 국외에 설치한 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 있는 주미 공사관을 사들였다고 21일 밝혔다.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북동쪽 방향 10분 거리의 로간 서클 역사지구에 있는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빅토리아 양식으로 1877년 건립됐으며 매입가는 350만달러(약 40억원)이다.

조선 정부는 1891년 11월 당시 거액인 2만5000달러에 이 건물을 사들여 대한제국 말까지 주미 공사관으로 사용했다. 1887년 초대 주미공사로 부임한 박정양은 워싱턴의 건물을 공사관으로 임대해 3년 10개월간 썼으나 현재는 철거됐다. 당시 공사관 정식 명칭은 '대조선주차 미국화성돈 공사관(大朝鮮駐箚 美國華盛頓 公使館)'.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공사관 건물 관리권이 일제에 넘어갔고, 경술국치를 2개월 앞둔 1910년 6월 일제의 강압으로 단돈 5달러에 주미 일본대사 우치다에게 팔렸다. 일제는 다시 미국인에게 10달러에 재매각했다.

주미 공사관은 1882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조선이 청과 일본, 러시아 등의 세력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자주외교를 펼친 중심지였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이 건물을 전통문화 전시·홍보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