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올해 12월 31일로 중단되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지금 아날로그 방송으로 매일 연속극을 보시는 시골 노부모님은 지난 겨울부터 '중단 안내문'이 화면의 절반이나 전면을 가려버려 화면은 못 보고 음성만 듣고 있다며 불평하신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금 아날로그 TV에 내보내고 있는 안내 그 멘트 속에는 언제 중단되는지 날짜를 알려주지도 않은 채 다짜고짜 중단이 되니 가까운 주민센터나 우체국으로 연락하라고 하고 있다. 현재의 시청권을 거의 1년간 침해하면서, 그것도 부정확한 내용으로 행정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는 행정적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아직도 아날로그를 시청해야 하는 시골 사람들이나 노년층, 극빈층 등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이다. 사정을 잘 알거나 형편이 되는 사람은 일찌감치 디지털로 바꿔 불편이 없는데, 대개 소외계층만이 아직 디지털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매일 그 안내 자막 때문에 시청을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 방송을 하든 디지털 방송을 하든 이렇게 현재의 시청권을 침해해도 되는 것인가? 때로 몇 초간의 광고방송을 하든지 아니면 하단에 일렬 자막으로 표시하는 것은 양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면을 가려 시청권을 현저히 해치는 근거는 뭔가?
시청권은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의무도 아닌 일을 강요하기 위해 이런 불편을 주면서 행정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며 지나치기 쉽다. 왜냐하면 이런 불편은 대개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만 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처럼 시청권의 침해를 받으면서 '아직도 아날로그를 보나? 유선이라도 들일 것이지?' 하는 곱지 않은 눈총까지 받아야 하겠는가? 이는 시청권의 침해일 뿐 아니라 인권의 침해이기도 하다.
몇 달 전 은행들이 IC칩으로 카드를 바꾸라면서 각 지점의 자동입출금기의 사용을 불가능하게 했다. 행정적 편의를 위해 불편을 주면서 교체를 강요한 것이다. 결국 많은 비난을 받고 취소한 적이 있다. 지금 방통위의 화면을 가리는 발상과 편의주의가 그들 은행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디지털로 전환된다는 사실은 시골에서도 대개 알고 있다. 이를 전혀 모르는 고령자 등이 계시더라도 아마 소수에 지나지 않을 텐데, 다른 전달 방법을 강구해야지 이렇게 한꺼번에 시청을 제한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