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일본 대표 선수들을 환영하는 카퍼레이드 행사가 20일 도쿄 중심가인 긴자(銀座)에서 열렸다. 일본에서 메달리스트가 한꺼번에 참석하는 도심 카퍼레이드 행사를 연 것은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5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 일장기 등을 흔들며 환호했다. 일본이 갑자기 카퍼레이드 행사를 개최한 것은 스포츠를 통해 내셔널리즘을 강화하려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카퍼레이드는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주최로 오전 11시부터 약 20분간 긴자 중심 거리 1㎞ 구간에서 열렸다. JOC 측은 지난 16일 갑자기 20일 긴자에서 퍼레이드를 하기로 결정하며 "일본이 사상 최다 메달인 38개(금 7·은 14·동 17)를 딴 것을 기념하고 2020년 올림픽 개최를 신청한 도쿄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일본은 결과가 당초 목표(금메달 15개)에 크게 못 미쳤다.

그간 일본에선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과 사고 우려, 경비 문제 등으로 도심 퍼레이드가 열린 적도 거의 없다.

카퍼레이드에는 일본 메달리스트 76명 중 부상 선수 5명을 제외한 71명이 참가했다. 선두 오픈카 2대에는 레슬링 여자 55㎏급을 3연패한 요시다 사오리(吉田沙保里) 등이 탔고, 후속 오픈 버스 5대에는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 축구 선수 등이 탔다.

신주쿠(新宿)에 사는 한 중학생은 "선수가 탄 차가 내 앞을 지날 때 '축하해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며 흥분했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기다렸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후쿠오카(福岡) 출신의 한 여대생은 전날 고속 열차인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와서 긴자의 호텔에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오전 4시에 집을 나섰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전했다.

사상 첫 메달리스트 카퍼레이드에 선수들은 감격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체조 남자 개인 종합 금메달리스트 우치무라 고헤이(內村航平)는 "아이돌이 된 기분"이라며 감격하는 모습이었고 여자 축구 선수 사와 호마레(澤穗希)는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번 퍼레이드는 극우파 국가주의자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가 지사로 있는 도쿄도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하라 도지사는 작년 일본 여자 축구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후 도심 퍼레이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부도, 도쿄도도 바보"라며 화를 냈고, 이번 퍼레이드 개최에 큰 역할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