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성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주목 받았던 신흥시장국이 국제 원자재값 하락과 치솟는 식료품값으로 소비 둔화에 직면했다고 CNBC가 18일(현지시각) 전했다. 특히 소비를 주도하던 중산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신흥국에 투자하던 투자자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3년간 늘어나는 소비층으로 주목 받았던 인도네시아는 올들어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지표 중 하나인 MSCI(모간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 지수는 달러화 기준으로 최근 3년간 15% 상승했다. 태국과 필리핀을 뛰어넘는 것으로 신흥국 중에서는 최고 실적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0.45% 하락하며 예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인도네시아산(産) 석탄과 야자유, 가스자원 수입을 줄이면서 원자재값이 하락하자, 인도네시아 내수에도 악영향을 준 탓이다. 체탄 아햐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출연해 "내수와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가 원자재값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종종 잊는다"며 "현재 원자재값은 하락하고 있고, 신흥국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파생상품거래소에서 야자유 가격은 최근 1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중국과 인도 등 전통적인 수입국의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3주간 유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야자유 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흥국의 맏형 격인 중국은 지난 2분기 7.6% 성장하며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인도 역시 5.3% 성장하는 데 그쳐 2003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경상수지 적자까지 겹치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책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분기 인도네시아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늘어났다. 적자가 늘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 통화는 절하되고,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같은 통화정책은 내수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당국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믿을 곳은 신흥국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12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에 따라 점진적으로 내수를 끌어올릴 예정인데다 인도 중산층들의 소비도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는 점에서다. 파이퍼제프리의 앤드류 설리반 트레이더는 투자자들에게 "추가 양적완화 정책에 기대하기보다 신흥국들의 소비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여전히 양적완화와 관계 없이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들도 산재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