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언더핸드를 극복하라.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가 지난 16일 세이부 라이온스전에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4차례 득점권 찬스들을 무산시키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대호의 5타수 무안타 경기는 지난달 7일 지바 롯데 마린스전 이후 시즌 두 번째. 2경기의 공통점은 상대 선발투수가 정통 언더핸드였다는 점이다.

지난달 7일 지바 롯데전 선발투수는 정통 잠수함 와타나베 ��스케. 이대호는 와타나베의 바깥쪽 느린 슬라이더와 몸쪽 낮은 싱커에 중견수 뜬공과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이밍을 빼앗기며 밸런스가 흐트러진 탓인지 이후 나머지 투수들을 상대로도 3연속 내야 땅볼 아웃. 와타나베는 2이닝 5실점 난타를 당했지만 이대호는 그에게 꼼짝 못했다.

16일 세이부전도 비슷했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언더핸드 마키다 가즈히사를 맞아 1회 3루 땅볼, 3회 유격수 땅볼, 4회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1·3회 모두 바깥쪽 낮은 99km 슬로커브를 무리하게 잡아당겨 내야 땅볼로 아웃됐고, 4회에도 바깥쪽 낮은 101km 커브에 배트가 헛돌아 3구 삼진을 당했다. 이날 마키다는 5⅓이닝 4실점으로 투구내용이 썩 좋지 않았지만 이대호는 확실하게 잡았다. 이대호는 이후 두 타석도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와타나베와 마키다는 언더핸드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투수는 특유의 느린 변화구를 바깥쪽 낮은 코스에 던지며 이대호를 유인했다. 이대호가 여기에 너무 성급하게 달려들었고, 결과적으로 말려드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경기 초반 타이밍 빼앗기며 밸런스가 흐트러졌고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말았다.

올해 이대호는 우완 언더핸드 투수들에게 21타수 6안타 타율 2할8푼6리를 치고 있다. 특히 마키다에게 12타수 4안타로 강했다. 그러나 한 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친 것을 제외하면 9타수 1안타로 막혔다. 한 번 말리면 쉽게 헤어 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한국프로야구에서도 그랬다. 당대 최고 잠수함 투수 정대현(롯데)과 통산 통산 55차례 투타 맞대결에서 49타수 5안타 타율 1할2리 3볼넷 1사구 1희생플라이로 철저하게 눌렸다. 잠수함 투수에게 약한 것은 아닌데 유독 정대현에게만 막혔다. 일본에서도 특정 언더핸드 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와타나베에게 막히고, 마키다에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대호는 회복력이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다. 지난달 7일 지바 롯데전 5타수 무안타 이후 바로 다음날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맹활약으로 보란 듯 일어섰다. 최근 3경기에서 15타수 2안타로 주춤하고 있는 이대호에게 5타수 무안타 침묵이 또 한 번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이대호는 17~19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홈 3연전을 갖는다. 소프트뱅크는 올 시즌 그가 유일하게 홈런을 때리지 못한 퍼시픽리그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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