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촉발된 셰일가스(shale gas·암석층에 포함된 천연가스) 열풍이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신차 전략까지 흔들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은 천연가스와 같은 성분인 셰일가스의 보급에 따라 화석연료 가격이 안정화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천연가스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의 보급이 급증할 경우, 하이브리드·플러그인·전기차 판매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작년 전 세계 CNG 차량 보급 대수는 1450만대로, 전 세계 등록차의 2%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까지 5000만대로 예상되는 등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셰일가스 열풍에 자동차 업계 비상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GM·포드 등이 대형 트럭 위주로만 CNG차를 생산해 왔다. CNG 승용차는 충전소가 부족한 데다 연료탱크 제작비가 많이 들어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미국의 CNG 차량 보급 대수는 약 11만대로 대부분 상용차다. 보급대수가 가장 많은 이란(286만대)·파키스탄(285만대) 등에 비해 턱없이 적다.

하지만 미국이 곧 파격적인 CNG차 지원책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자동차 회사들도 관련 차량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법률 개정안은 CNG 구매시 갤런(약 3.8리터)당 50센트의 세금 공제 혜택을 2016년까지 연장하고, CNG차 구매자에게 추가비용에 대해 80%까지 세금 공제, 대당 7500~6만4000달러를 지원해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CNG차를 생산할 경우 추가 비용의 10%를, 충전소 설치비의 50%를 세금공제 해준다.

그동안 미국에서 유일하게 CNG 승용차(시빅)를 판매해 왔던 혼다는 CNG차 연간 판매목표를 기존 2000대에서 2배 이상 늘린다고 최근 발표했다. GM과 크라이슬러도 CNG 픽업트럭을 곧 시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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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하이브리드카 전략에 '빨간불' 켜지나

도요타·닛산도 미국의 CNG차 보급 계획을 주시하고 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승부수는 석유 공급 부족에 따른 지속적인 유가 인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 내에 한정돼 있는 셰일가스 보급이 전 세계로 확대될 경우 유가는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보급 전략도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도요타의 대응책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일본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달부터 2015년 시판을 목표로 LPG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처음 착수했다. LPG 하이브리드는 지난 2009년 현대자동차가 처음 내놓은 것이다. 당시 도요타는 현대차의 LPG 하이브리드를 불완전한 기술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CNG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CNG 하이브리드 개발의 전 단계로 LPG 하이브리드 개발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도 연말까지 대책 마련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셰일가스 보급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사용연료별 자동차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작업을 시작했다. 올가을까지 종합분석 자료를 작성, 최고 경영진에 보고할 예정이다.

일단 현대차는 자사의 미국 판매가 승용차·일반인 대상이기 때문에 픽업 트럭·상용차 중심인 CNG차 보급에 따른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 미국의 CNG 차량 판매가 급격히 늘지 않는 이유를 충전소 인프라 부족 및 비싼 차값 때문이라고 분석,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혼다 시빅 CNG차는 정부 보조금이 없을 경우, 휘발유차보다 1만달러 이상 비싼 2만6000달러를 줘야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인프라 구축과 지원에 따른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을 경우 CNG차의 개발·투입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LPG(Liquefied Petroleum Gas·액화석유가스)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가스를 액화시킨 것으로 부탄·프로판이 주성분이다. 국내에선 택시·장애인용 차 등의 연료로 쓰인다.

☞CNG(Compressed Natural Gas ·압축천연가스)

셰일가스나 석유층 위에 따로 존재하는 가스를 뽑아내 고압으로 압축한 것으로 메탄이 주성분이다. 국내에서는 시내버스 등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