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4·11총선 공천 헌금 의혹'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친박(親朴) 진영 내에서 "장면을 전환시킬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가 직접 대(對)국민 사과를 하고 향후 대선 국면에서 친박과 비박(非朴)을 고루 기용하는 인적 개편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그 골자다. 박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13일 "오는 20일 전당대회에서 박 후보가 후보로 선출되면 수락연설을 통해 그런 요구에 대해 나름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부상하는 인적 개편론

박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비박 후보들로부터 "불통(不通)"이라는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에 박 후보는 "당이 위기에 2번이나 빠졌을 때 살려낼 수 있었던 비결은 국민과 통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하는 말은 '정치공세'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친박들은 이런 박 후보의 태도에 대해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 이혜훈(왼쪽) 최고위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시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4₩11 총선에서 공천위원을 했던 친박계 현기환 전 의원 제명 문제가 논의됐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원칙과 소신은 박 후보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지만 동시에 여권 지지층 일부에 답답한 모습으로 비친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4년간 형성됐던 '친박 대 친이'의 대결구도가 이번 경선과정을 통해 더욱 굳어져 버린 것은 박 후보에게도 부담"이라고 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자 가운데 20~25% 정도가 박 후보에게서 이탈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박 후보 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비박 포용론'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 위원장은 대표적 비박인 이재오 의원과 협력할 가능성에 대해 "그것이야 우리가 원하고 부탁해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 더욱 진지하게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한 친박 의원은 "박 후보는 대선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 어떻게든 바뀌겠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현재 박 후보를 보좌하는 친박 핵심들이 '2선 후퇴'를 하고 그 자리에 비박계를 중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연확대' 대상으로는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 그리고 2007년 경선 때 박 후보를 도왔다가 지금은 거리를 두고 있는 김무성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남유럽을 방문 중인 김 전 의원은 당초 일정을 앞당겨 14일 귀국할 예정이다. 친박 관계자는 "오는 20일 경선 이후 당 중심의 선대기구를 꾸리는 과정에서 '포용'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친박 관계자는 "당내뿐 아니라 당 밖에서도 우군(友軍)으로 모셔야 할 분들이 적지 않다"면서 "대선 기간 동안 이 같은 영입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치적 책임론'도 대두

이날 박 후보 캠프와 당에선 '박근혜 책임론'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박 후보 캠프의 정치발전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라디오에서 "검찰 수사가 매듭지어지는 대로 사과 같은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이것은 비상대책위 시절 발생한 일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뿐 아니라 저를 포함한 모든 비상대책위원에게 상당한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 (비대위) 기간에 발생한 일이고 공천위원은 비대위가 의결한 것 아니겠는가. 어떻게 변명할 수 있겠는가"라고도 했다. 홍일표 당 대변인도 "박 전 비대위원장이 당시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수사결과 등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서 (박 전 위원장) 본인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초 박 후보 주변에선 "돈을 특별당비로 당에 집어넣어 쓴 것도 아닌데 왜 박 전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냐"는 기류가 있었다. 그러나 공천 헌금 의혹 사건의 파장이 지속되면서 친박 내에서도 "이러다간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박근혜표 쇄신'이 묻히는 것은 물론, 4개월 뒤 대선도 장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친박 관계자는 "또 한 번 당이 위기를 맞았는데 수습에 나설 사람은 박 후보 본인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