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출근하던 법정관리인을 7차례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법정관리인 칼부림 사건’의 주범 조직폭력배 강춘구(43)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3일 전주시 완산구 은신처를 급습, 칼부림 사건을 지휘한 혐의로 전주 타워파 소속 강씨를 현장에서 붙잡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이모(43), 최모(44)씨 등과 함께 작년 5월 27일 오전 8시 10분쯤 서울 서초동 교대 정문 근처에서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사업 시행사인 파이시티 법정관리인 김모(49)씨의 등과 배·허벅지 등 7군데를 찌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고등학교 친구 사이인 강씨와 최씨는 알고 지내던 이씨에게 "건설회사 관계자를 혼내줄 일이 있다. 일이 잘 해결되면 수천만원과 건설 현장의 고철 사업권을 주겠다"며 범행을 제의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작년 9월 김씨를 직접 습격한 이씨와 최씨를 잡았지만, 이들은 모두 "강춘구가 시켰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최씨와 강씨 두 사람이 습격당한 법정관리인 김씨와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고, 최씨가 이씨에게 약속한 금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누군가로부터 범행을 사주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사건 '배후'에 파이시티 대표였던 이정배(55)씨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조사도 여러 차례 펼쳤지만, 관련성을 입증할 물증 등을 찾지 못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5개월 만에 붙잡힌 강씨는 "누구 지시를 받고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는 경찰의 추궁에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등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강씨와 파이시티 관계자의 연결 고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씨가 본인 소유 휴대전화를 안 갖고 있는 등 흔적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이시티 건립 사업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대에 지하 6층, 지상 35층짜리 규모 물류 시설 등을 짓는 내용으로 총 사업비가 2조4000억원에 이른다.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파이시티 전 대표 이정배씨로부터 이 사업의 인·허가(認·許可) 청탁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