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연비다. 고공 행진을 해온 기름값과 자원 고갈, 환경문제에 대해 높아진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 때문에 세계 자동차시장은 연비를 높이기 위한 '다이어트 무한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연비를 결정짓는 기술은 무엇일까? 자동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과 변속기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기술이 자동차의 안과 밖을 휘감고 있는 화학 기술이다. 자동차 내·외장재는 물론 범퍼와 패널, 계기판, 냉각수용기, 연료탱크와 펌프, 크고 작은 파이프 등에 두루 화학제품인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연비를 높여주는 고성능 타이어나 소음을 줄여주는 흡음제, 도료와 좌석시트도 화학제품이다. 최근 주목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의 핵심인 배터리도 화학기술로 만들어진다. 이쯤 되면 자동차는 혁신을 거듭해온 친환경 화학기술의 '모바일 쇼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상 차량 무게가 10% 줄면 연비는 약 3% 높아지기 때문에 '다이어트 경쟁' 승리를 위해 글로벌 화학업체들은 튼튼하고 가벼운 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20년 유럽은 22.4㎞/L, 일본은 20㎞/L, 미국은 2016년에 15.1㎞/L, 한국은 2015년 17㎞/L의 연비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현재 가벼운 소재 개발의 최전선은 '꿈의 소재'인 탄소에 집중돼 있다.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무게는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나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공우주·전자·조선·건설 등 모든 산업현장에서 필요,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과 시장 확대가 눈앞에 선하다.
하지만 현재 이 시장은 일본·미국 등 기술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탄소 소재를 국가 전략 소재로 분류해 해당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엄격한 기술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탄소 소재산업 R&D는 출연연·대학·기업에서 소규모로 진행되어 기술 역량의 분산으로 선진 기술 추격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국가 차원에서 국내 탄소기술수준 분석과 로드맵을 작성하고, 인력 양성과 관련업계의 고품질 탄소 소재 중간원료 수급 방안을 마련하는 시스템 구축은 물론 모든 연구·개발이 통합 관리되는 '탄소 프로젝트'를 서둘러 수행해야 한다. 한국인의 풍부한 감성에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더해 만들어진 첨단 소재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제조업 강국으로 우뚝 서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