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후반 44분 김기희가 구자철 대신 교체 투입됐다.
김기희는 후반전 추가시간을 포함해 4분간 뛰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밟아본 그라운드였다.
그동안 올림픽대표팀 18명중 이날 3-4위전 후반 44분까지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는 김기희가 유일했다.
홍명보 감독은 백업 수비요원인 김기희에게도 병역면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일본전 마지막에 ‘배려’를 했다.
김기희는 경기를 마친 뒤 “교체 출전할 때의 기분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걱정이 많았다. 경기에 못 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4분이었다”고 말했다.
김기희는 “경기가 끝난 후 동료들이 밥상 위에 숟가락만 올렸다고 놀렸다”며 “동료들이 나의 마음을 알고 한 장난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림픽 단체종목의 메달리스트가 병역혜택을 받기 위해선 경기에 1분이라도 출전해야 한다.
이는 얼핏 합리적인 규정 같아 보이지만 스포츠 단체종목의 특수성이 고려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단체종목에서 백업선수의 중요성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백업멤버가 있어야 주전선수들이 제대로 뛸 수 있다. 보험 같은 존재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종목이든 대회 기간 내내 백업멤버가 전혀 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백업멤버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골키퍼 이범영과 수비수 오재석이 뛸 수 있었던 것도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주전 골키퍼 정성룡과 오른쪽 수비수 김창수가 영국과의 8강전에서 부상당했기 때문이다.
이범영과 오재석도 선배의 부상이 아니었더라면 김기희처럼 대회 막판까지 가슴을 졸이고 있었을 상황이었다.
단체종목에서 대표팀 멤버로 대회에 출전했다면 실제 출전했는지 여부로 병역혜택 차등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코칭스태프의 선수 기용, 팀워크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선발된 멤버라면 모두 필요한 자원이고 그들 전체가 팀 전력이다.
김기희는 밥상에 숟가락을 올린 게 아니라 그동안 말없이 밥상이 잘 차려질 수 있도록 지탱하는 밥상다리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이 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