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텐(top 10)'이 보인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가 9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 첫날 후프와 볼 두 종목에서 합계 55.900점을 받아 24명 중 4위에 올랐다. 손연재는 10일 열리는 곤봉과 리본 예선 점수를 합해 상위 10위 안에 들 경우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하게 된다.

결선에선 출전자 10명의 예선 점수는 전혀 상관이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세계 랭킹 10위에 올라 있는 손연재가 상황에 따라 메달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리듬체조 역대 최고 성적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신수지(21)가 기록한 12위다. 손연재는 지난해 초부터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센터에서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실력을 키워 왔다.

손연재는 먼저 열린 후프 예선에서 차이콥스키의 음악 '호두까기인형'에 맞춰 실수 없이 깔끔한 연기를 펼쳤다. 1분30초 내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연기했다. '리듬체조 여제'로 불리는 예브게니아 카나에바(22·러시아)조차 올림픽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후프를 두 번이나 떨어뜨리는 실수를 했지만 손연재는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놀랄 만한 집중력과 배짱을 발휘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가 9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리듬체조 예선에서 볼 연기를 펼치고 있다. 손연재는 중간 합계 4위(55.900점)에 올랐다.

손연재는 후프에서 자신의 이 종목 역대 최고 점수인 28.075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후프는 손연재가 가장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손연재는 이어 열린 볼 예선에서는 놀랄 만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연분홍색 레오타드를 입고 영화 '라임라이트'의 삽입곡 '내 마음의 멜로디'에 맞춰 우아한 연기를 선보이던 손연재는 볼을 공중으로 던져 바닥에 한 번 튀긴 다음 팔을 뒤로 뻗어 받아내는 마지막 동작에서 볼을 놓치고 말았다. 올림픽 직전 열린 민스크 월드컵에서도 크게 실수했던 동작이다.

당시 대회에서는 놓친 볼이 매트 밖으로 굴러나가는 바람에 감점을 많이 당하면서 26.300점으로 1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으로 더욱 성숙하고 노련해진 손연재는 같은 상황에서 볼을 바닥에 여러 번 튀기는 동작으로 금세 연결해내며 큰 감점을 막는 데 성공했다. 손연재는 27.825점을 받아 볼 예선 6위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신예 다리아 드미트리에바(19)가 합계 57.800점으로 첫날 1위를 달렸다. 카나에바는 2위(57.625점)였다. 곤봉과 리본 예선은 10일 오후 8시부터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