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1~141)=중국 현 랭킹 1위를 맞이해 원성진이 일궈낸 명국(名局). 초반부터 자신감 넘친 도발로 기선을 잡았고, 그 기세에 백은 꼬리를 내리며 움츠러들었다. 이후 흑이 보여준 적절한 완급 조절은 압권이었다. 백의 경직된 운석(運石) 중 하나만 꼽는다면 80의 장면. 당연히 참고도 1로 뛰어 중앙 흑을 몰아갈 찬스였다.

종국(終局) 시점의 바둑판을 살피다 보면 몇 가지 진단이 가능하다. 우선 패(覇)의 흔적도, 1선의 돌도 전무하다. 이런 바둑은 어느 한 쪽의 열세가 워낙 두드러져 저항을 아예 포기하고 항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주목할 것은 대규모 살상(殺傷)이 없었음에도 일찍 끝났다는 점. 대마 하나 때려잡지 않았는데도 집 차는 반면(盤面) 15집에 달했다. 프로들은 이런 패배를 훨씬 더 큰 수모(受侮)로 여긴다.

원성진과 LG배의 관계는 제법 유서가 깊다. 2002년(7회)과 2003년(8회) 연속 준결승까지 진출했었고, 작년엔 우승자 장웨이제(江維杰)를 8강전서 만나 다 이긴 바둑을 아깝게 역전패했었다. 현역 삼성화재배 타이틀 보유자인 원성진이 LG배를 향해서도 경쾌한 첫 걸음을 뗐다. (141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3분, 흑 2시간 5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