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신흥국은 신흥국대로 자국의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산 차량 수입이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프랑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존 클랜시 유럽연합(EU) 무역관리 당국 대변인은 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EC는 프랑스 정부가 요청한 '한국산 자동차 수입에 대한 우선 감시 조치(prior surveillance)'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佛 "한국산 車 조사해 달라"…우선감시대상국 촉각
관련 규정에 따르면 EC는 다음 달 초까지 프랑스의 요청을 정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EU가 한국을 '우선감시대상국'에 지정할 경우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유럽내 영업은 적지 않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ㆍEU 간 무역 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점을 감안해, EC가 이보다 강한 제재 수단인 긴급 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는 발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3일 한국 자동차 판매 급증으로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EU에 우선 감시 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프랑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 2월 프랑스의 한국산 자동차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프랑스 산업부는 성명에서 “한국과 EU의 자동차 부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만약 이 협정이 불공정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새로운 조치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 신흥국은 비관세장벽…"국내수출 영향 무시못해"
이같은 움직임은 신흥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신흥국들은 제도적인 보호무역 장벽보다는 환율절하와 같은 통화정책은 물론, 기술이전·안전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주요 신흥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러시아가 총 57건으로 지난해보다 50건이나 늘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인 아르헨티나(23건→30건)와 인도(6건→18건)도 무역장벽을 쌓고 있다.
적용 품목 건수는 베트남 베네수엘라 카자흐스탄이 많았고 적용 산업 분야는 아르헨티나 알제리 중국이 상위 3위에 올랐다. 보호주의 정책을 적용하는 대상 국가 수에서는 중국 네덜란드 독일 폴란드가 많았다.
이같은 신흥국들의 보호주의 정책은 우리나라 수출에도 어느 정도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0.8%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19.3% 증가하는 등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고 항상 증가세를 보여왔으나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줄었다. 아세안(ASEAN)으로의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35.2%에서 올해 7월 11.8%로 떨어졌고 중남미는 10.9%에서 -14.5%로 반전됐다. 중국으로의 수출증가율도 14.8%에서 -0.5%로 악화됐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호주의 확산은 세계적인 추세로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보호주의 완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역내 신흥국 간의 보호주의 장벽도 높아지는 상황으로 교두보 국가를 중심으로 한 신흥지역 진출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 투자와 FTA 체결을 추진해 신흥국 진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