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새'의 비상(飛上)은 여전히 우아하고, 여유가 있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사상 첫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러시아의 육상 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30)가 가볍게 런던올림픽 예선을 통과했다.
4일 오후(한국 시각) 영국 런던 북동부의 올림픽 스타디움. 2004·2008 올림픽 우승자인 이신바예바가 여자 장대높이뛰기 예선 1차 시기에 나섰다. 첫 도전 높이는 4m50. 그녀는 앞선 세 차례 높이(4m10, 4m25, 4m40)는 시도하지 않았다. '그 정도는 뛸 필요도 없다'는 듯했다.
이신바예바는 장대(pole)를 오른쪽 어깨에 걸쳐놓고 관중석을 바라봤다. 양손을 아래위로 흔들며 박수를 유도했다. 심호흡을 하며 장대를 번쩍 들자 빨래판 같은 그녀의 복근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윽고 특유의 주문을 입으로 외더니, 45m 길이의 도움닫기 구간으로 달려나갔다.
장대를 폴 박스(pole box)에 꽂으며 이신바예바가 하늘을 향해 다리를 쭉 뻗었다. 어릴 적 기계 체조로 단련한 그녀의 몸은 공중에서 우아하게 회전했다. 바의 흔들림을 관찰하는 건 무의미했다. 최고점에 이른 이신바예바의 상체는 육안(肉眼)으로 봐도 바와 40~50㎝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가뿐한 성공이었다.
이신바예바는 곧바로 4m55에 도전했고, 역시 여유 있게 성공했다. 더 뛸 필요가 없었다. 예선 기준기록은 애초 4m60이었지만, 4m55를 넘은 선수가 딱 결선 진출 정원인 12명이어서, 그대로 예선이 끝났다. 이신바예바는 예선 공동 1위로 오는 7일 오전 3시에 열리는 결선에 진출했다.
이신바예바는 세계 육상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올림픽 2연패와 세계선수권 2연패(2005·2007)를 달성했고, 2005년 7월 IAAF(국제육상경기연맹) 런던 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5m를 넘겼다. 지금까지도 5m를 넘긴 선수는 그녀밖에 없다.
그러나 2009년 이신바예바는 추락했다. 그해 베를린 세계선수권 결선에서 4m75와 4m80에서 모두 실패해 탈락했다. 10여일 뒤에 열린 IAAF 골든리그 취리히 대회에서 5m6을 넘으며 마지막 세계신기록(실외경기)을 세웠지만, 이듬해 초부터 "심신이 지쳤다"며 1년여 공백기를 보냈다.
이신바예바는 지난해 2월 "경기장이 너무 그리웠다"며 필드에 복귀했다. 기량은 예년만 못했다. 작년 대구 세계선수권에선 4m65의 기록으로 6위에 그쳤다. 올해 성적도 썩 좋지 않다. 이신바예바의 올 시즌 실외경기 최고기록은 4m75(전체 6위)이다. 시즌 1위 기록은 경쟁자인 제니퍼 슈어(4m83·미국)가 갖고 있다.
그럼에도 팬들이 이신바예바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번 대회가 그녀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올림픽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예전부터 자국에서 열리는 2013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세계신기록을 다시 쓰는 것은 어렵겠지만, 올림픽 3연패만큼은 이룬다는 각오다. 원조 '인간 새'로 불렸던 남자 선수 세르게이 붑카(49·우크라이나)조차 올림픽 금메달은 한 차례(1988년 서울올림픽)뿐이었다.
이신바예바는 예선이 끝난 뒤 "맞바람이 조금 강했지만 만족스러운 경기였고, 결선 성적에 대해 더욱 확신이 생겼다"며 "나는 최상의 상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