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이 내리 쬐던 3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 남수동 창룡대로 34번길.

20여㎡ 남짓한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선 SK청솔노인복지관 소속 가정봉사원 손윤자(48·여)씨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손씨는 연일 지속된 폭염과 열대야에 홀몸노인들의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더위를 피해 문밖으로 나온 이순희(71) 할머니가 가장 먼저 손씨를 반겼다. 이 할머니는 "이이고 왔네. 더운데 어여 들어와"라며 손씨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좁은 단칸방에 빼곡하게 들어찬 세간살림 사이로 들어서자 숨이 턱 막혔다. 할머니의 남편인 백운선(77) 할아버지는 선풍기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낮동안 달궈진 습한 공기에 선풍기 바람도 소용이 없어 보였다. 등줄기를 따라 흘러 내린 땀으로 윗옷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백 할아버지는 "돈은 딱 5만원 있는데 이 더위에 사람이 살려면 어떻게 해. 3만원 주고 선풍기 한 대 샀지. 앞으로 2만원 가지고 한 달을 살지 막막하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부부의 건강을 꼼꼼하게 확인한 손씨는 이곳에서 20여m 떨어진 방정숙(77) 할머니 집을 찾았다. 방 할머니의 방은 한낮에도 볕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전기세를 아끼려 형광등은 물론 몇 안되는 전자제품 코드를 모두 뽑아 놓았다. 사우나에 들어선 듯 열기로 가득찬 방에서 방 할머니는 선풍기도 껴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방 할머니는 "선풍기를 어떻게 켜. 죽는 것보다 전기세가 더 무서워. 밤에 잠들기 전 10여분 켜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방 할머니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눈 손씨는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전기배선과 가스밸브 등도 점검했다. 손씨는 또다시 인근 홀몸노인 집으로 향했다.

손씨가 안부를 확인해야 할 홀몸노인 가정은 모두 42곳. 최근 장안구 화서동에서 홀몸노인 2명이 숨진지 며칠만에 발견됐다는 소식에 손씨는 한 곳이라도 더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백씨는 "노인들이 혼자 지내다 보니 건강도 안 좋은데다, 생활고에 선풍기조차 켜지 않고 생활한다"며 "하루하루 긴장 속에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연일 33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는 2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에서 한 세입자가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