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요 클리닉 이야기
레너드 베리·켄트 셀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살림비즈|428쪽|3만원
웬만해선 원하는 날 예약도 쉽지 않다. 게다가 웃돈까지 내는 특진 신청을 하고도, 정작 의사와 대면한 지 몇 분 만에 진료실을 쫓기듯 나와야 한다. 국내 여느 종합병원들의 풍경이다.
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환자가 왼손에 힘이 빠지는 증세 때문에 용하다는 의사들을 찾아다녔다. 4년간 도시 네 곳을 돌며 12명이 넘는 전문의들을 만났지만 헛수고. 어떤 의사는 일찌감치 '포기'를 선언했고, 또 다른 의사는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절개해 보기도 했다. 일방적인 수술로 호전되기는커녕 오른손까지 무력증에 빠졌다. 마지막, 미국 절반을 가로질러 찾아간 곳은 메이요 클리닉. 닷새 만에 몸은 호전된다.
지금도 미국 50개 주, 150개 국가에서 왕족을 비롯한 매년 수만 명의 환자들이 인구 10만 명의 소도시인 이곳 로체스터로 찾아온다. 5000개가 넘는 호텔 투숙객의 65% 정도가 클리닉을 찾아온 환자와 가족들이다.
지금은 세계 의학계의 성지이자, 살아있는 전설이 된 의료기관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책이다. 1919년 미네소타주의 외딴 마을에서 메이요 형제가 시작한 소병원이 매년 5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 최고 의료기관으로 자리잡은 경영 비법을 해부했다.
이곳 의사들은 환자가 말하는 도중 말을 끊거나 끼어드는 법이 없다. 다 듣고도 "혹시 더 하실 말씀은 없나요?"라고 묻는다. 의료진은 개별 환자 맞춤식으로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꾸린다. 의사들 역시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의사가 된다.
병원 곳곳에는 콜더나 로댕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놓여있고, 로비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자리잡고 있다. 정기 콘서트도 연다. 병원 목사만 모두 30명이 넘는다.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 등 종교별로 다양하다.
클리닉의 가치 선언문이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The needs of the patient come first)'이다. 복수형의 '환자들(patients)' 대신 단수형 '환자(patient)'를 써넣은 것만 봐도 환자 개개인에 대한 존중의 정신이 뚜렷하다. 그 결실이 이른바 '멀리서도 찾아오는 진료'다.
한 소박한 의료기관의 비범한 성공담인 듯싶다가, 서비스업 일반에 주는 교훈담으로 넓혀지고, 다시 인간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양서로 여운을 남긴다. 현란한 마케팅의 시대, 초지일관의 가치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하여 결국엔 그것이 어떻게 사업적인 성공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단단한 실례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