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식 교수를 만나러 간 곳은 연구실이 아닌 서초동 꽃마을한방병원 4층. 명경의료재단 이사장실이었다. 본인과 부인 강명자(64)씨의 이름 가운데 자를 따서 1995년에 세운 재단이다.

국내 여성 한의학 박사 1호인 부인은 '삼신할매'로 일컬어질 만큼 불임 치료 전문으로 이름난 의사다. 돈을 잘 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황 교수는 '부인이 잘 벌어 돈 걱정 없이 공부만 해도 되는 사람'으로 불리기도 했다.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

부부는 '나이 지천명(知天命·50세)이 되면 번 돈을 사회에 돌려주자'고 약속했고, 1996년 재단을 국가(현재 서울시로 이관)에 기증했다. 황 교수 자신은 무보수 이사장, 부인은 월급 원장으로 일한다. 황 교수는 "사회로부터 받은 복과 재물은 나눠야 한다는 신념에서"라며 "다 스승인 존 롤스한테서 배운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