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운동가 김영환씨 외에도 다수의 우리 국민이 중국 공안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중국의 추가적인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도 한국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제2, 제3의 김영환씨가 계속 생겨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중국에 구금된 619명의 우리 재소자에 대한 가혹행위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 외교부에 절망감 느낀다"

북한 인권 활동가들은 한결같이 우리 외교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숨기지 않고 있다. 탈북자들의 한국행(行)을 돕다가 체포돼 중국에서 1년 반 동안 구금생활을 한 북한정의연대 대표 정 베드로 목사는 "중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 항상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한국 외교부를 나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 석방대책위원회는 29일 중국 공안에 체포돼 전기고문을 당한 김씨 문제를 유엔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구금 114일 만에 풀려난 직후 지난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김씨의 모습.

탈북자 출신의 유상준씨는 지난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구타를 당한 후 추방됐다. 그는 "구금 당시 간신히 공안의 눈을 피해 주중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더니 얼마 후 주선양(瀋陽) 총영사관 담당자가 '정치적 문제는 중국과 타협이 안 되니 알아서 잘 빠져나오라'는 전화를 해왔다"고 말했다. 유씨는 "고통에 못 이겨 도움을 청한 자국 국민에게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한국 외교부에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중국의 인권 침해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부 외에 다른 기관과의 외교적 채널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우리 국민이 중국에서 체포·구금되면 가혹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긴밀히 협의할 수 있는 한중 사법(司法) 당국 간 채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만큼은 분명한 대응 해야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다른 문제와 달리 인권문제는 우리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중국이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만드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외교적 마찰만을 염려해 중국의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낮추는 패배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한국 내에서 이번 김영환씨 고문사건을 공론화해서 이를 바탕으로 인권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중국에 공개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가혹행위를 막기 위해 이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체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이번만큼은 분명한 대응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27일 논평에서 "우리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며, 제2, 3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권유린 사태 발생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정성호 대변인도 29일 "외교부의 김영환 고문사건 묵인은 국가가 자국민 보호의 책무를 포기한 중대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