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의 과학
타라 파커포프 지음|홍지수 옮김|민음사|372쪽|1만5000원
2010년 통계청 조사에서 15세 이상 여성의 46.3%가 '결혼은 선택'이라고 답했다. 이제는 '누구나 필수'가 아니라서 역설적으로 더 고민거리다.
뉴욕타임스 건강·의학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결혼은 과학'이라는 입장이다. 21세 때 '더없이 좋은 짝'을 만나 결혼했다가 17년 만에 파경을 맞은 후 찾아낸 자료와 조언을 모아 책으로 꾸렸다. 세계 최고 권위자 10여명과 면담하고 논문 수백 편을 녹여 넣었다. 요즘은 부부 관계 연구도 차원이 다르다. 대규모 커플을 장기 추적한 통계 자료를 쓰고, 몸짓부터 맥박·혈압 등의 생리학적 변화, 뇌 스캔까지 결합해 처방을 제시한다.
◇부부 싸움 손자병법
요즘 남녀는 결혼 생활을 왜 그리 버거워할까. 저자는 기대치가 높아진 결과라고 말한다. 과거 결혼은 가문의 결합이었고, 당사자는 순종하면 됐다. 지금은 다들 '천생연분(=완벽) 결혼'을 꿈꾼다. 이상적 결혼에 도달하기도 어렵지만 유지·관리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투쟁' 수준이다. 저자는 그래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수명·건강·재산 등 대부분의 통계치는 '결혼은 남는 장사'라 말하기 때문이다. 42개국 5만9169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결혼한 사람의 만족도가 안 한 사람보다 더 높았다. 문제는 갈등을 넘는 요령, 다툼의 방식이다.
"당신, 나랑 얘기 좀 해." 다툼은 여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연구를 보면 80%가 그렇다. 오해 마시라. 화근이 늘 여성이란 말은 아니다. 생리학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갈등이라는 감정적 부담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여성에게 더 많기 때문이다. 남성의 반응은 대개 이렇다. "왜 또 그래. 내일 하면 안 돼?"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남성은 더 빨리 흥분하고 늦게 진정한다. 갈등의 조짐이 보이는 대화는 아예 본능적으로 꺼린다.
하지만 갈등은 개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첫 3분이 결정적이다. 대화의 시작은 다툼의 내용과 결말, 뒤끝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첫마디가 '불평'인가, '비난'인가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정리도 안 해놓고. 대체 왜 그래?"(비난)보다는 "정리가 안 돼 있어 좀 화가 나네"(불평)가 덜 도발적이다. 불평은 구체적이고 자기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인 반면, 비난은 포괄적이고 잘못을 상대 탓으로 돌린다. 행복한 부부의 대화 속엔 '우리'가 가득한 반면 불행한 부부는 '나' '당신'이란 표현이 잦다. 그중에서도 "당신은 늘" "당신은 절대"란 표현은 최악이다. 표정도 중요하다. 상대가 말할 때 눈알 굴리기는 경멸의 표현이다.
◇가사 분담 불평만 말고 맡겨두라
"내가 설거지 도와준 거 알지?" 쉬는 날 남편이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하지만 아내는 '헐~' 하는 표정이다. "자기 집을 치웠으면서 그게 어째서 날 도와준 거지?"
가사 분담은 난제다. 세계 평균적으로 아내는 남편보다 가사를 2배 더 많이 한다(유엔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남성들이 가장 적게 한다). 이런 불균형을 두고서는 남녀의 진화론적 차이, 문화적 차이 등 여러 설명이 따라붙는다.
최근에 주목받는 것은 모성적 문지기(Maternal Gatekeeper) 이론이다. 많은 여성이 가사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혼자서 다 하려다 스트레스를 자초한다는 것. 남편이 안 도와준다고 불평하다가도 막상 도와주면 '제대로' 안 한다고 일일이 간섭하다가 결국 남편을 밀쳐내고 자기가 해 버린다. 이때 '제대로'란 '내 방식대로'다. 여성은 한발 물러서서 남성에게 기회를 주고 내 방식이 아니더라도 못 본 척할 필요가 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적절히 표현하고 현실적 타협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성은 배우자에게 곧잘 말한다.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느냐?" 직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부부 사이에도 협상 기술이 중요하다. 남성은 남편 역할이 돈 벌어오는 것 이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핵심은 일의 양이 아니라 아내가 공평한 가사 분담의 느낌을 갖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결혼 낳아
저자는 결혼에 대한 기대는 유지하되 환상은 갖지 말라고 충고한다. 결혼을 통해 얻는 행복감은 평균적으로 11점 척도상에서 +0.1점 정도다. 결혼식과 신혼 초의 희열이 반짝 수치를 더한다. 평균적으로는 결혼 전후 행복감에 큰 차이가 없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전반적인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개인의 성격이다. 원만한 결혼 생활도 '찰떡궁합'의 부부가 아니라 상대와 차이와 갈등이 있어도 잘 대처하는 사람이 만든다.
'사랑과 전쟁'만큼 극적이진 않지만 그 못지않게 재밌다. 드라마는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말만 건넬 뿐이지만 책의 처방들은 꽤 구체적이다. 결혼의 문을 앞에 뒀거나 통과한 남녀가 생각해볼 만한 정보와 제언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