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들의 해외진출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전세계가 경기둔화로 허덕이는 틈을 글로벌 주요 기업들을 수집하듯 사 모으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원 부국의 에너지 관련 기업인수다.
23일(현지시각)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캐나다의 에너지 기업 넥센을 151억달러(한화 17조원)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같은날 중국 최대 정유회사인 중국석유화공집단(시노펙) 역시 캐나다 석유생산업체 탈리스만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시노펙은 탈리스만의 북해 사업지분 49%를 15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중국의 에너지 M&A, 다음 대상은 누구인가?"
◆ 안보가 된 에너지 산업…기술확보도 중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인수는 산업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입장에서보면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국책사업이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중국 정부는 이를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석유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가격 급등락이 자주 일어나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지역의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에너지 산업은 또 중국 입장에서 보면 개발해야 할 여지가 많은 사업분야이기도 하다. 서방 국가들의 노하우를 빠른 시간안에 전수받는 방법은 이들 국가들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캐나다나 영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중국에게 더없이 좋은 인수대상이다. 오랜 석유시추 경험에다 북미 지역과 북해 인근 여러 곳에 유정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처럼 중국을 경계하지도 않는다.
최근 중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국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정치적으로 얽혀있지 않아 접근하기 용이하고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처럼 치안이 불안하지도 않다. 적어도 이라크처럼 파견 근로자가 납치를 당하거나 하는 위험은 없다.
◆ 만만찮은 견제…과제도 적잖아
그러나 앞으로 과정이 순탄하리란 보장은 없다. 미국은 지난 2005년 중국이 미국의 석유생산 업체인 유노칼을 185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을 때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미국의 자원과 기술이 한 꺼번에 빠져나간다는 것이었다.
기업인수에 성공한다하더라도 중국이 의도한 성과를 그대로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만만치 않다. 주인이 바뀌면 회사내 불안감도 커지기 마련이라 이탈하는 인력도 적지 않고, 회사의 방침이 바뀌는 사이 경영공백도 심각하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도 2010년 가스기업인 XTO에너지를 인수했을 때 이같은 우려에 관련 사업부를 떼내야 했다. 덩치만 컸지 에너지 기업 운영 역사가 짧은 중국이 이와 같은 리스크를 잘 해쳐 나갈 지 의문이다.
인수에 성공한 에너지 기업들이 계속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노무라증권은 넥센 인수의 예를 들며 "그들은 바다 깊은 곳에 있는 유정을 확보해 놓고 있어 향후 석유 시추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최근 넥센의 주가하락이 이같은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늘어나는 대외투자…"앞으로도 계속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기업들의 해외 비금융 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어난 354억달러였다. 중국 상무부는 올 상반기 중국의 대외투자중 M&A가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올해 세계경제는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경기둔화로 몸살을 앓았지만 이같은 경제판도가 중국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해외 투자에 멍석을 깔아줬던 것.
샌포드번스타인증권이 지난 3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에너지 기업 사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본격화됐다. "100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기회"였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가격은 싸지고 경쟁자는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의 M&A 대상은 더욱 다양해졌고 부르는 단가도 세졌다.
스코티아캐피탈의 프레드 케천 주식트레이딩 매니저는 "중국은 여전히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라며 "해외 글로벌 기업 인수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노펙은 지난해 하루 50만배럴 수준인 생산규모를 2015년까지 두 배인 100만배럴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해양석유총공사는 20% 수준인 해외생산 규모를 2015년까지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